박희제·인천취재본부장
송도국제도시 6, 8공구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주거단지로 전락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공모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려던 8개 기업의 컨소시엄과 법정 소송에 휘말린 이후 민간개발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그간 민간투자에 따른 개발이익금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으나 6, 8공구에선 제대로 된 문화, 관광, 녹지공간이 없어 황량한 베드타운과 같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인천대교 바로 옆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6, 8공구에 들어가 보면 도로가 갑자기 끊기고, 도로 폭도 제각각이다. 대중교통망이나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6, 8공구와 달리 국내외 자본 유치를 통해 도시기반시설이 구축된 송도국제도시 1, 3공구에서는 주거단지 개발이익금으로 국제학교, 센트럴파크, 아트센터 인천과 같은 비수익 공공시설을 짓도록 했다. 민간투자자가 이런 비수익 시설을 완수해야 제2, 제3의 아파트 단지 건립을 승인하는 링키지 도시개발 방식이 철저히 준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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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6, 8공구 내 대상산업컨소시엄 투자사업에 대해 화해 권고를 했으나 인천경제청이 지난주 이를 거절했다. 땅값 상승에 따른 이익을 민간투자자가 아닌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공익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논리가 너무 빈약하다. 인천경제청은 공기업처럼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 도시의 공간 배치, 토지이용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율적 투자를 이끌어내고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유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희제·인천취재본부장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