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비중 5년새 13.8%P 늘고 중신용 10%P, 저신용 3.8%P 줄어 저금리 대출 활용 주택-주식 투자… 평가차익 늘며 자산 불평등 커져
고신용자(1∼3등급)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2분기(4∼6월)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푼 막대한 돈이 고신용자에게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고신용자가 받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5%로 지난해 말보다 1.6%포인트 더 커졌다. 반면 중신용자(4∼6등급), 저신용자(7∼10등급)의 비중은 각각 1.2%포인트, 0.4%포인트 줄었다. 고소득자의 대출 비중도 다시 늘고 있다. 2019년 말 전년보다 1.9%포인트 감소했던 고소득자(상위 30%) 비중은 2분기 63%로 지난해 말(62.5%)보다 더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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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은 저신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 2등급의 평균 금리는 연 2.29%(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로 5000만 원을 빌리면 한 달 이자가 9만5000원인 반면 5, 6등급은 4.38%로 한 달 이자 부담이 18만2000원이다. 같은 금액을 대출받아 투자를 하더라도 고신용자만큼의 이익을 손에 쥐려면 2배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4년 이후 금융 접근성이 높은 고신용자, 고소득자들이 빚을 내서 자산을 많이 사고 이것이 자산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자산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금융권의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은행 여신 담당자는 “금융권이 문제가 될 여지가 거의 없는 고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더 내주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거액 신용대출 등이 늘어나자 고신용자의 대출에 대한 ‘핀셋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카카오뱅크 여신담당 임원은 화상회의를 열고 고액 신용대출 등 신용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