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늙은 어머니가 못마땅하다. 자식 가까이에서 살라고 해도 다른 나라의 시골에 가서 길고양이를 돌보며 사는 게 도무지 못마땅하다. 그러다가는 숫자가 불어나 마을이 길고양이들로 가득 찰 것만 같다. 어머니는 조만간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이익과 동물의 이익이 충돌하면 당연히 인간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는 아예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 그가 어머니에게 길고양이를 돌보려거든 중성화를 시키라고 충고하는 이유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고양이를 돌보게 되었는지 얘기해준다. 어느 날 그녀는 산책을 하다가 더럽고 습한 지하수로에서 새끼를 낳는 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피골이 상접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보통 때 같았으면 인간이 무서워 달아났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으르렁거릴 따름이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이라도 내놓을 태세였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어미란다.” 자신과 고양이 어미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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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