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신간 속 ‘北-美정상 뒷얘기’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비무장지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쪽으로 월경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쪽으로 오른손을 뻗으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나도 당신처럼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 두 지도자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년 12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들은 ‘각하’라는 극존칭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보내며 우정을 다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는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 같은 것”이라며 북핵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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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6개월 뒤인 2018년 12월 보낸 친서에서 “각하처럼 강력하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이 기쁘다”고 했고 다른 편지에서는 “우리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양국 관계의 장애물을 없애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김 위원장은 이 책에 전문이 공개된 2통의 편지에서만 ‘각하’라는 표현을 16차례나 쓰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2차 회담 장소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DPRK-US summit)이라는 표현 대신 “두 번째 DPRK 정상회담(second DPRK summit)”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 직후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 위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어 이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에 또다시 편지와 함께 비무장지대(DMZ)에서 함께 찍은 사진 22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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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간 세 차례의 만남에 대해 ‘성과 없이 김 위원장의 위상만 높여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내가 포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7년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전쟁 위험이 고조됐을 무렵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팀은 실제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까지 각오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극도로 긴장했던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옷을 입은 채로 잤고, 기도를 하기 위해 워싱턴 국립대성당을 찾기도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