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늑장대응 논란 커져 유동성 낮은 고위험 채권 담아… “수익만 보다 위험회피 못해” 지적 책임운용역은 그룹회장 차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실” 비판도 키움측 “당시 비시장성 자산 1.56% 정상운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
H2O 자산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해 6월 파이낸셜타임스(FT)가 H2O의 펀드가 유동성이 낮은 고위험 채권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올해 3월엔 H2O의 알레그로, 멀티본드 펀드 수익률이 직전 달 대비 50% 곤두박질쳤다. 삼성자산운용은 4월 H2O 펀드를 모두 환매했다. 키움도 지난해 H2O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H2O 펀드를 모두 매각했지만 그해 8월 다시 편입했다. 키움이 수익성만 보다가 부실 징후가 큰 자산의 위험을 회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 측은 “당시 위험성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판단했다. H2O 펀드가 비시장성 자산을 보유한 점,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한 점 등을 사전에 모두 인지하고 상품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재간접 펀드는 국내 투자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고 이미 판매된 상품이라 검증 부담도 덜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로부터 펀드 운용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긴 하지만 레버리지를 얼마나 쓰고 비유동성 자산이 얼마인지 등은 운용사의 내부 전략이어서 하나하나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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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측은 “지난달 28일엔 펀드 중 비시장성 자산 비중이 1.56%에 불과해 정상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판매사에 31일 알렸다. 4일(현지 시간) H2O의 공식 발표 이후 비시장성 자산이 6∼8.8%로 증가하자 7일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의 경력 논란에 대해서도 “2010년부터 글로벌 투자 운용 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이사가) 회장 딸이기 전에 직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펀드를 운용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회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고객의 이익을 저버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일가인 만큼 조금이라도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신나리·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