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비중 높은 한국 경제 거리 두기 속 생존의 길 터줘야
박용 경제부 차장
인근 무교동에서 51년째 구두 수선을 하고 있는 70대 A 씨는 지난달 오랜만에 1주일 쉬었다. 몸도 불편한 데다 수입마저 줄자 문을 닫았다. 주변 건물을 돌며 직장인들의 구두를 걷어와 닦아 주고 인당 월 2만 원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외부인의 건물 출입이 막혔다. 출근한 직장인도 줄었다. 일감도 끊겼다. A 씨는 “요즘 참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19 재난의 최대 피해자는 환자와 가족이지만 식당 빵집 슈퍼 등 동네 가게 주인과 직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3%)을 크게 웃도는 20%대를 맴돈다. 코로나19 대책에서 자영업자 맞춤 대책이 더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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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을 또 풀어야 한다면 격상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 피해를 본 영세 상인과 소상공인에게 집중하는 맞춤형 대책이 맞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재난 피해자를 돕는다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4∼6월) 도소매 숙박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대출이 전 분기보다 47조2000억 원 늘었다. 가게 주인들이 대출로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도 주인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마련했다. 먼저 대출을 해주고 그 돈을 직원 인건비로 쓰면 상환을 면제하는 식으로 신속하게 지원한 점이 우리와 다르다.
자영업자들이 이런 지원금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건 바이러스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최전방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장 먼저 매달려야 할 일은 급한 불을 끄는 방역이다. 환자가 느는데 재난지원금 타령을 하는 건 ‘재난지원금 중독’ 소리를 듣기 딱 좋다.
그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제는 상극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했더니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소상공인의 61.4%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반대했다. 매출이 줄고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자영업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성공할 수 없다.
뉴욕시는 코로나19 환자가 줄자 가게 앞 도로 주차공간을 야외 식당처럼 이용하게 규제를 풀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 영업은 제한하되 야외 영업을 양성화해 장사할 공간을 내준 것이다. 식당 1만여 곳이 참가할 정도로 호응이 있었다.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온라인이든 야외든 거리 두기 속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숨 쉴 공간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