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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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올해 분양한 서울 아파트에 일곱 번 청약에 넣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김 씨의 청약 가점이 당첨 최저가점에 못 미친 탓이다. 그의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15년 이상으로 해당 가점은 17점 만점이지만 배우자와 자녀 한 명을 더한 부양가족 점수(15점)와 무주택기간 점수(14점)를 더한 총점은 46점이다.
그는 “집값이 너무 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약을 넣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며 “청약 점수가 당첨권이 될 때까지 기다릴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탈락한 30대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 올 여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한, 이른바 ‘막차 분양’을 잡기 위한 청약 인원이 대거 몰리면서 당첨 최저가점이 60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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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문턱이 높아지면서 30대들은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더욱 밀려나게 됐다. 현재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 등 84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부터 따지다보니 30대가 받을 수 있는 무주택기간 점수는 최대 20점(9년 이상)이다.
예컨대 청약통장 가입기간 만점(17점)을 받은 39세 수요자가 자녀 두 명과 배우자와 함께 살 경우 청약가점은 57점이다. 60점을 넘으려면 자녀가 세 명 이상이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부양가족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당첨 최저가점 급등은 이미 예견됐던 현상이다. 올해 7월 29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한동안 서울서 공급절벽 우려가 확산되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한 막차 물량을 잡으려는 청약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8월에만 서울 청약 경쟁률이 두 차례나 경신될 만큼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 8월 10일 분양한 강남구 ‘대치 푸르지오 써밋’의 평균 경쟁률은 168.1 대 1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열흘 뒤인 19일 분양한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 경쟁률은 역대 최고인 340.3 대 1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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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공급대책을 내놓은 공공재개발, 공공부지 개발 물량이 나오고 내년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더라도 서울의 청약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공공재개발과 공공부지 개발은 민간 사업장보다 분양가가 더 저렴할 가능성이 커 해당 단지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며 “3기 신도시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라 서울 청약 수요를 분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