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후 하루 200~300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이 ‘n차 감염’을 통해 지역사회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의 한 방문판매업체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전남 순천의 헬스클럽 등으로 번지며 또 다른 집단감염을 낳았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머문 한 20대 남성은 17일 동안 잠적한 채 부산 경남을 돌아다녀 지역 감염 가능성을 키웠으며, 제주에선 경기 용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에 들른 목사 부부가 확진됐다.
● 마스크 없이 운동하다 집단감염
A 씨는 13일 업체 설명회를 다녀온 뒤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잠복기인 14~16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40대 주부 B 씨와 여러 차례 접촉했다. B 씨는 순천시 덕월동에 있는 헬스클럽 ‘청암휘트니스앤스파’ 회원이다. 18일부터 사흘 동안 헬스클럽에 5차례 들러 운동했다.
이 기간 동안 B 씨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으며, 결국 헬스클럽 회원 등 12명이 집단 감염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헬스클럽 내부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B 씨 외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순천에서 발생한 나머지 확진자들도 A 씨의 아들과 친구 등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이어졌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실내에 잠시만 머물러도 공기 중에 가득 차고, 3시간 동안 떠다닌다. 특히 헬스클럽 등에서 거친 운동을 할수록 비말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순천시는 25일 지역 내 모든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경남 김해에선 지금까지 9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20대 남성이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다가 경찰의 추적 끝에 17일 만에 붙잡혔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8일 해당 교회를 방문해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경남에 통보한 방문자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김해시와 보건당국이 연락을 취한 17일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급기야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하기도 했다. 결국 보건당국은 경찰에 협조를 구해 24일 자택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당일 김해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남성은 오후 10시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잠적한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부산에서 카페와 편의점 등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해에서도 서부문화센터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김해시 관계자는 “역학 조사를 벌여 아직 분명치 않는 구석이 많은 잠적 기간의 동선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역시 수도권 발 재확산 여파로 24, 25일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에 사는 한 목사는 16일 경기 용인의 개척교회를 방문했다가 제주로 돌아가 확진됐다. 해당 교회는 지금까지 관련 확진자가 7명에 이른다. 이 목사의 부인도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른 확진자들도 모두 수도권에 들렀거나 거주하는 이들이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