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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사고 ‘코로나 입학전형’ 고심… “거리두기 2∼3단계 땐 원격면접”

입력 | 2020-08-20 03:00:00

전국단위 자사고 입학전형 알아보니




지난해 한 사교육업체가 주최한 자사고 입시전략 설명회 모습. 동아일보DB

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대부분의 자율형사립고들이 내년도 입학전형을 공지하지 못하고 고심 중이다. 자사고는 매년 9월 초까지 입학전형을 공고해야 하는데, 대부분 8월 중순부터 공고와 설명회를 시작한다. 학생들은 12월 초 원서 접수에 앞서 2학기 초반부터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요즘이 자사고 입학전형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1단계에서 교과 성적과 출결로 모집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대면면접을 실시한다. 올해는 교육부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쳐 전국 자사고에 대면면접 진행이 어려울 경우 대체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본보가 19일 전국단위 자사고 10곳에 확인했더니 대면면접 대신 △원격면접 △면접 내용을 글로 쓰는 필답고사 △자소서와 학교생활기록부 평가로 대체하겠다는 학교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필답고사 방식은 교육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광역단위 자사고 28곳은 전국단위와 달리 1단계에서 성적 제한 없이 일정 배수를 추첨한 뒤 2단계에서 대면면접으로 뽑아왔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 자사고 21곳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되면 대면면접을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 원격면접, 공정성 우려에 고심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보낸 ‘2021학년도 입학전형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절차와 조치사항’ 가이드라인에서 ‘대면면접 취소에 따른 대체방안으로 사교육 유발 요소는 실시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자사고들은 대면면접을 대체할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곤란해 한다.

다수 자사고는 대면면접을 못 볼 경우 원격면접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이 올해 수시모집에서 하기로 한 것처럼 학생이 직접 촬영기기로 촬영해 제출하는 방식이나 실시간 화상면접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중학생이 장비를 갖추고 촬영하는 게 쉽지 않고, 화상면접에 필요한 기기가 없는 지원자도 있으며, 기기를 갖추고 있더라도 인터넷이 끊기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 사교육기관 등이 개입해 답변을 도와줄 수 있어 공정성도 우려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부터 원격면접을 계획하고 있는 경기 용인외대부고는 학생이 집에서 원격면접을 보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외국어대 캠퍼스에서 강의실을 많이 빌려 최대한 거리 두기를 하며 치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만약 이게 어려우면 용인외대부고에서 원격면접을 실시하되 이틀에 나눠 하던 것을 3, 4일로 늘릴 생각이다. 강원 민족사관고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때는 원격면접을 실시하되 학생들이 학교로 와서 치르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서울 하나고도 3단계에서 원격면접을 하되 공정성 시비가 생기지 않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상산고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때 원격면접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인터넷 접속이 끊기는 등의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이에 상산고는 전북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원격면접을 실시하지 못할 경우 지원자의 내신 성취도 원점수와 출신 학교의 평균 및 표준편차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대부분 지원자의 성취도가 A라서 학생 성취도만으로는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은 성적을 보고 학생을 뽑겠다는 의도라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 필답고사, 교육당국 허용 여부가 변수

필답고사를 보고 싶어 하는 자사고도 있다. 자사고가 필답고사를 보고 싶어 하는 건 원격면접은 공정성 우려 때문에 평가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전형 승인은 각 교육청의 권한”이라면서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자사고는 ‘필기고사 외의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돼 있어서 내용이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도 필답고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보낸 가이드라인에도 대면면접 대체 방안으로 원격면접과 추첨 방법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자사고는 관할 교육청과 직접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북일고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때 필답고사를 보겠다는 계획을 충남도교육청에 제출했다. 대면면접에서 말로 답변하는 대신 질문지를 받아 손으로 쓰라는 것. 북일고 관계자는 “대면면접은 1인당 6분이지만 문제 유출 우려 때문에 모든 지원자가 학교로 와 같이 대기해 3, 4시간 기다린다”며 “필답고사는 50분 정도 줄 예정이나 한 시간 반 안에 귀가할 수 있다”고 했다.

울산 현대청운고는 울산시교육청으로부터 필답고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인천 하늘고도 필답고사를 고려 중이나 아직 인천시교육청과 논의 중이다.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는 학생들에게 자소서와 학생부를 받긴 하지만 평가 점수로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허용한다면 대면면접 대신 자소서와 학생부를 평가 요소로 반영하겠다는 곳도 있다. 전남 광양제철고와 경북 포항제철고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북일는 3단계에서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민사고도 원격면접이 불가능한 최악의 경우 서류평가를 할 계획이다.

현대청운고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부터 평가 총점에서 면접 점수만 빼고 선발할 계획이다. 서류평가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되면 면접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서울 자사고 관계자는 “지원서만 낼 뿐 전자 추첨으로 뽑는 일반고와 동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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