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양사학과 이주연 박사
페르시아어로 된 티무르 역사서 ‘승전기’를 이슬람권 밖 언어로는 세계 처음으로 완역한 이주연 박사는 “티무르 제국은 아미르 티무르 때만 반짝하지 않고 이후 100여 년을 더 지속했다”며 “그 후예들은 이후 북인도에 무굴제국을 세우며 제2의 티무르를 꿈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리는 중앙아시아를 잘 모르죠. 지정학적으로 한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만 알아도 세계를 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넓은 세계인 무슬림 세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9일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만난 이 박사는 올 2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논문 ‘티무르朝의 史書, 야즈디 撰 ‘勝戰記(Bafar-n ̄ama)’의 譯註’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달 은퇴한 중앙아시아 연구 석학 김호동 교수의 제자다. 논문 분량은 1140쪽. 보통 박사학위 논문의 2배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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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프 알리 앗딘 야즈디가 1424년 페르시아어로 쓴 승전기는 아미르 티무르의 일대기다. 티무르는 14세기 말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조지아 등 캅카스 산맥 일대 및 소아시아, 북인도, 중국 서부 등을 정복해 대제국을 세웠다.
“정복 지역 지배층은 튀르크 유목민, 피지배층은 무슬림 정주민(定住民)이었죠. 유목민에게는 몽골제국 후예의 딸들을 부인으로 둔 (몽골제국의) 부마(駙馬)라며 정통성을 주장한 반면에 피지배층에게는 자신을 투철한 무슬림으로 보이게 해서 정통성을 얻었죠.”
승전기에서는 티무르를 ‘사힙키란’이라고도 부른다. 고대 페르시아 문화에서 기원한 칭호로 목성과 토성의 합일(合一) 때 태어나 세계 정복이 예정된 인물을 말한다.
승전기가 1722년 프랑스어로, 1723년 영어로 완역은 아니지만 상세히 번역될 정도로 유럽의 티무르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영원한 적’ 오스만 제국 너머에서 나타난 티무르를 ‘절름발이 이미지’로 보면서도 두려워하며 칭기즈칸을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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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교육과에 입학했다가 역사교육을 복수 전공하며 중앙아시아사에 빠져든 이 박사의 논문은 이르면 올 하반기 책으로 나온다. 이 박사는 “무력을 휘두르며 원하면 사람을 죽이던 일반적인 유목민 군주가 아니라 전략에 능하고 지역조사에 밝으며 정확한 루트에 따라 이동하던 다른 모습의 군주를 독자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