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구-캔버스 들고 해변에 나가 풍광-인물들 화폭에 담아 화집 ‘바다, 바닷가에서…’ 출간
1916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유채화 ‘해변의 아이들’을 그리고 있는 호아킨 소로야. HB프레스 제공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1863∼1923)는 동부 해안도시 발렌시아에서 태어나 거의 늘 바닷가에 머물면서 그곳의 풍광과 인물들을 화폭에 담아낸 인물이다. 그는 화구와 캔버스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를 빠르게 기록하듯 그렸다.
소로야가 남긴 작품 표면의 안료에는 해변의 바람에 날려 온 모래알이 더러 섞여 굳어 있다. 이불빨래를 널듯 커다란 캔버스를 밧줄로 고정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백사장에 서서 바쁘게 붓을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09년 아내 클로틸데와 큰딸 마리아를 모델로 그린 유채화 ‘바닷가 산책’. 모자를 벗어든 당시 19세의 마리아는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가 됐다. HB프레스 제공
온갖 사회 갈등에 물난리까지 겹친 상황에서 평화로운 외국 해변의 반짝이는 햇살을 담은 그림을 바라보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은 행위일까. 소로야가 활발히 작업한 시기는 스페인이 필리핀 등지에서 미국과 벌인 전쟁에서 참패해 온 나라가 우울한 침체기에 빠졌던 때였다. 틈만 나면 마드리드를 떠나 고향 바닷가로 돌아온 화가는 삶의 에너지를 회복할 희망의 이미지를 그곳에서 찾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