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서 趙변호사 30주기 세미나 “평화적으로 어두운 시대 밝혔다” 국보법 수사 대신 근로자 권익 보호, 공안부분 정체성 변화 드러내 윤석열 총장도 행사 적극 권유
인권 수호의 상징적 인물인 조 변호사를 기리는 이 세미나에는 과거 공안부로 불렸던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 검사 중에는 조 변호사가 생전에 쓴 ‘전태일 평전’이나 조 변호사의 글을 모은 유고집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등의 책을 들고 온 이도 있었다. 이날 세미나는 대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소속 검사들이 공동 주최했다.
조 변호사의 경기고·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홍훈 전 대법관(74)은 이날 조 변호사에 대해 “우수한 법조인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미를 갖추어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았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이 전 대법관은 이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어두운 시대를 앞장서 밝혀 주었던, 마하트마 간디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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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의 대부인 조 변호사를 기리는 행사에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두고 현 정부 출범 후 공안 수사의 정체성 변화를 드러낸 장면이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대북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 주력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근로자 권익 보호 등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 사건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공안부’라는 명칭도 ‘공공수사부’로 변경했다.
이날 세미나가 열리기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 윤 총장은 평소 검사들에게 “어느 직역에 있든 이념이나 인생관에 상관없이 법률가라면 사표로서 배워야 할 분이 조 변호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간부들에게 “조 변호사를 검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1984년 조 변호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한 망원동 홍수 피해 사건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미국 집단소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적이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공공수사부 검사는 “조 변호사의 인간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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