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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前 매수했는데 3개월내 잔금 안내면 취득세 8배… 말이 되냐”

입력 | 2020-07-16 20:40:00


이달 1일 새 아파트를 계약한 이모 씨는 7·10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매도인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려고 잔금을 내년 1월에 달라고 부탁해서 선뜻 그러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열흘 뒤 나온 대책에서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를 중과하면서 기존에 계약한 주택이라도 지방세법 개정안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종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당은 이달 말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 씨는 꼼짝없이 8%의 취득세 내게 됐다.

이 씨는 “시아버지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을 뿐 우리 가족은 전셋집만 전전하다 겨우 내 집을 마련했는데 이것도 2주택이라고 연봉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니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를 8~12%로 올리면서 7월 10일까지 계약한 주택에 한해 법 시행 후 3개월 내 취득하면 기존 세율(1~4%)을 적용하겠다고 경과 규정을 내놓았지만 주택 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3개월 잣대에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사흘 만에 700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올라와 있다. 기존 계약자에 대한 경과 규정을 알리는 행정안전부 블로그에도 2100여 개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대책을 예상하지 못하고 매수 계약을 했는데 3개월 안에 취득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강화된 세율을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항의 내용들이다. 7월 10일 이전에 계약한 주택만큼은 취득 시점과 상관없이 기존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번 대책으로 취득세 수천만 원을 더 내게 된 김모 씨는 “집을 사는 건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르다. 직장이나 아이들 학업 등의 사정으로 잔금을 1년 뒤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7월 10일 이전에 집을 샀는데 잔금을 늦게 낸다는 이유로 갑자기 취득세를 8배로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실수요자들은 직장, 부모 부양, 상속 등의 개별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을 2채 이상 갖게 됐는데 갑자기 취득세 폭탄을 맞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장거리 주말 부부인 전모 씨는 “직장 때문에 경북 경산의 작은 집을 사서 살고 있는데 임신한 아내를 위해 처가 근처인 포항에 집을 한 채 계약했다가 이번 대책으로 취득세 8%를 내게 생겼다”며 “2주택자가 모두 적폐는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정부가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선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지만 지방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은 오래된 주택을 내놔도 잘 팔리지 않은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경과 규정 3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 기간이 3년 이상 걸리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잡는 데만 급급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대책을 내놓다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6·17대책 때도 새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기존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대출까지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바람에 논란이 벌어졌다.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정부는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1주택자에 한해 잔금대출도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