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 신곡 들고 나온 ‘허클베리핀’ “봄 공연에 맞췄던 신곡 Sunlight 코로나로 일정 연기돼 음악 진화… 처음과 완전히 다른 편곡으로 완성” 1집 ‘18일의 수요일’ LP 재발매, 내년 5집까지 한정판으로 내놔
신곡을 내고 활동을 재개한 밴드 ‘허클베리핀’. 왼쪽부터 이기용(기타, 보컬), 이소영(보컬, 건반), 성장규(기타, 건반, 드럼, 프로그래밍).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이들의 최근 신곡 ‘Sunlight’는 제주에서 2018년 귀경한 뒤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돌아온 우울의 무게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4집 제목, ‘환상…나의 환멸’(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처럼 말이다.
‘오- 날 가린 것은/내 안의 다른 나야’ ‘넌 어디에…’(‘Sunlight’ 중)
“4년간 제주에서 넓은 하늘을 보고 쉬면서 내 안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줄 알았죠. 그런 풍경을 맑은 사운드의 6집 ‘오로라피플’에 담았고요. 그런데 대도시에 돌아오니 긴장과 갈등이 요요처럼 돌아오더군요.”(이기용)
허클베리핀은 1997년 결성했다. 당시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과 함께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 ‘스팽글’에서 국내 1세대 인디음악의 마그마를 분출했다. 다수의 앨범을 한국 대중음악사 명반 목록에 올렸다.
전자음악을 대폭 수용한 신곡 ‘Sunlight’는 허클베리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역설적으로 음악의 진화에 도움을 줬다.
신곡이자 디지털 싱글인 ‘Sunlight’(왼쪽)와 최근 LP로 재발매한 1998년 1집 ‘18일의 수요일’ 표지.
신곡은 이기용의 고질적 우울을 담았지만 밴드는 구조 요청이 아닌, 희망찬 생존 신고를 세상에 던진다. 허클베리핀은 이달 1집 ‘18일의 수요일’(1998년)을 LP레코드로 재발매해 매진시켰다. 이르면 다음 달 2집 ‘나를 닮은 사내’(2001년)도 LP로 다시 낸다. 몇 달 간격으로 1∼5집을 내년까지 한정판 LP로 내놓는 재발매 프로젝트가 순항 중이다.
치유로서 제주의 삶은 돌아보니 종착이 아닌 기착이었다. 22년 전에 낸 1집 마지막 곡, ‘죽이다’의 선언적 가사는 여전히 미완이다.(‘충분히 난 깨달았어’ ‘태양은 구름을 몰아내/우리의 지도를 그릴 것’….)
“가장 진실하게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여전히 음악이 제게 너무 좋은 친구라는 거예요. 나이 들었으니 나도 재즈나 클래식 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없어요.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이 초등학교 시절과 변함없어요.”
허클베리핀은 다음 달 29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오랜만에 공연을 연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번 연기한 끝에 하는 올해 첫 콘서트다.
“벼리고 있어요. (코로나19를) 버틸 수 있는 음악가들은 2021년에 명반을 쏟아낼지도 몰라요.”
허클베리핀의 7집도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