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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 이정후, 거포 중후함까지…

입력 | 2020-07-16 03:00:00

데뷔 첫 10홈런에 장타율 2위
동작 큰 ‘오버 스윙’ 걱정했지만 코로나 휴식기 외국 강타자 연구
세게 치되 폼 유지하는 법 익혀… “이대로만 하면 언젠간 20홈런”




키움 이정후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7회말 삼성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올 들어 정교함에 더해 장타력까지 과시하고 있는 이정후는 이날 프로 데뷔 이후 449경기 만에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출전했다. 키움 제공

“스프링캠프 때 보고 ‘이 친구 올해는 어렵겠다’ 싶었어요. 타격할 때 몸을 너무 크게 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폼이 무너지는 모습이 많았어요. 야구인들이 흔히 말하는 ‘오버 스윙’을 했던 거죠. 그런데 이 친구가 똑똑한 게, 시즌을 시작하니까 온몸을 다 써서 공을 치면서도 폼을 무너뜨리지 않는 요령을 터득했더라고요. 이거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데뷔 이후 최고 장타율을 기록 중인 키움 이정후(22)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정후는 15일 현재 장타율 0.617로 KT 로하스(30·0.719)에 이은 리그 2위다.

장타율 0.617은 ‘야구 천재’로 통했던 아버지 이종범(50·현 주니치 2군 코치)도 남기지 못한 기록이다. 이종범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시즌 도중 복귀한 2001년 45경기에서 기록한 0.601이 자신의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만 따지면 1995년 0.586이 최고다.

이정후는 14일 NC와의 안방경기 5회말 공격 때 1점 홈런을 날리면서 프로야구 데뷔 네 시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전까지는 2018년, 2019년 6개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번 시즌 이정후는 홈런 24개를 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정후가 이렇게 장타력을 끌어올린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 개막이 늦춰진 것도 도움이 됐다. 이정후는 “겨울에 힘을 기르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경기를 하지 못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영상을 보면서 강하게 치지만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 선수들을 찾아봤다. 야나기타 유키(32·소프트뱅크), 요시다 마사타카(27·오릭스)의 영상을 매일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194개, 일본 프로야구에서 27개 등 총 221개의 홈런을 친 뒤 유니폼을 벗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97년 30개. 건국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아버지와 달리 이정후는 휘문고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아버지 홈런 기록을 뛰어넘을 기회가 그만큼 많은 셈이다.

이정후는 “홈런 개수에 대한 목표 같은 건 없다. ‘지금처럼 잘 치다 보면 언젠가는 20개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못 하면 내년에 도전하면 그만이다”면서 “잘하는 날이든 못하는 날이든 크게 개의치 않고 내일 경기를 잘 준비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