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박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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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잠적한 뒤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18년 전 가족에게 미리 유언을 남겼었다. 2002년 박 시장이 쓴 책에 수록된 내용으로 자식들과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시장은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로 유언장을 시작한다.
박 시장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평생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자신을 뒷바라지했다고 묘사하며, 정직함과 성실함을 큰 유산으로 남겨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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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너희가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거창한 부모를 가지지 못했다 해도 전혀 기죽지 말아라”라며 “첫 출발은 언제나 초라하더라도 나중은 다를 수 있다. 인생은 긴 마라톤 같은 것”고 적었다.
박 시장은 아내에게도 용서를 구하는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평생 아내라는 말, 당신 또는 여보라는 말 한마디조차 쑥스러워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아내라고 써 놓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참 잘못했다는 반성부터 앞선다”며 “행복이나 평온 대신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로서의 거친 삶을 옆에서 지켜주느라 고되었을 당신에게 무슨 유언을 할 자격이 있겠냐”고 사과했다.
박 시장은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게 또 하나 있다”며 “아직도 내 통장에는 저금보다 부채가 더 많은데 내 생전 그건 어떻게든 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박 시장은 용서와 함께 여러 부탁도 남겼다. 이제껏 소중히 모은 책들을 대학도서관에 기증해줄 것과 자신의 신체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증해줄 것, 시신은 화장을 해서 부모님 옆에 뿌려줄 것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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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례식도 당부했다. 박 시장은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 영혼은 그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