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1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0.4.2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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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명호씨(가명·35)는 서울에 있는 ‘공공 임대주택’에 산다. 29.7㎡(9평)짜리 원룸 형태 거주지다. 보증금 1100만원에 월 임대료 15만원이다. 공공 임대주택이란 국가 차원에서 일정 기간 저렴한 보증금과 월 임대료로 청약 가입자들에게 공급하는 주택·아파트다.
A씨는 9평 집안에서 TV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고위 공직자 상당 수가 다주택 보유자”라는 보도다. A씨는 지난주 강남에 사는 지인과 술을 마시다 불콰한 얼굴로 소리쳤다. “형도 알고 보면 다주택 보유자 아니야? 우리 같은 사람은 다주택을 꿈도 못 꾼다고!”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확산하면서 20·30대 젊은층의 박탈감과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21차례 부동산 정책에도 상승하는 집값이 잡히지 않아 젊은 세대들은 “1채의 집도 마련하기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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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를 지킨 의원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다주택자 의원도 41명에 달한다. 비율로 따지면 민주당 의원보다 더 높다.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참모가 포진한 청와대 내 다주택 보유자는 12명이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밝혀지자 청년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디시인사이드 등 젊은 세대가 모이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기회는 불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불공정할 것”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비꼰 것이다.
일부 청년은 남의 나라 일처럼 아예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쿨’한 게 아니라 다주택을 현실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김진아씨(여·가명·33)는 “다주택은 나와 무관한 일인데 굳이 화 낼 필요조차 못 느낀다”며 “어차피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걸 비판해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밤 12시 동대문 의류 쇼핑몰에 출근해 12시간씩 일한다. 한 달 수입은 약 300만원이다. 수익은 적다고 할 수 없으나 남는 게 없다고 한다.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는 부모에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주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생이 공정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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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후보자 시절 서약했던 ‘실거주 외 주택 처분’ 자료를 공개하는 동시에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지금이라도 당 소속 다주택 국회의원들의 실거주 외 주택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 서약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서약을 즉각 이행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서울=뉴스1)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