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장한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6·25 당시 유엔군 첫 지상 전투 스미스 부대 장병 추모위해 건립… 전시실-체험 공간 등으로 꾸며 결전 앞둔 당시 대화도 들을수 있어
최근 경기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에서 6·25전쟁과 죽미령전투 70주년 기념 ‘유엔군 미 스미스부대 전몰장병 추도식 및 평화공원 개장식’이 열렸다.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전경. 오산시 제공
결과는 참담했다. 북한군의 장비와 인력을 감당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6시간 14분 만인 오후 2시 30분경 스미스 부대에 퇴각명령이 떨어졌다. 이날 전투로 스미스 부대원 540명 중 181명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혔다. 김승규 오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유엔군이 패배한 전투지만 북한군이 재정비하는 데 걸린 10일의 시간을 벌어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6·25전쟁과 오산 죽미령전투 70주년을 맞아 5일 오산 외산미동 일원에서 전몰장병 추도식과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개장식이 열렸다. 이날 정식으로 문을 연 스미스평화기념관은 2864m² 면적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오산시 관계자는 “전시 관람 위주가 아닌 참전용사들이 직접 겪었던 전투를 1인칭 시점으로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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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는 스미스 부대원들이 부산에서 대전행 열차를 타고 오산 죽미령으로 가던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차가 출발을 알리면 참전용사의 대화 소리와 양쪽 창문 너머로 부산과 대전의 시가지, 논밭 등이 펼쳐져 실제 열차에 탄 느낌을 준다. 열차를 통과하고 나면 스미스 부대가 북한군과 전투하는 긴박한 상황이 조명과 소리 등으로 연출된다. 스미스 부대원의 실제 증언 영상도 볼 수 있다. VR 공간에서는 유라시아 횡단열차 롤러코스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층에는 유엔군 첫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기억의 조각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전쟁의 기록이 담긴 기획전시실과 포토존 등이 마련돼 있다.
‘유엔군 초전기념관’도 운영 중이다. 죽미령전투에서의 희생을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13년 2월 지상 3층 규모로 지었다. 야외전시장에는 미군의 패턴전차, 90mm 고사포, 14.5mm 중고사 기관총이 전시돼 있다. 스미스 부대원들의 전투 장면도 청동 동상으로 제작돼 있고, 참전용사 540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워터게이트도 있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평화공원은 우리 국민에게는 평화통일의 의미를, 세계인에게는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학생들의 역사 교육과 보편적 인류의 세계시민성 교육의 배움터로 평화공원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