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오른쪽)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끼는 자기보다 몸집이 4, 5배나 큰 뻐꾸기. 어미 뻐꾸기가 알을 다른 새 둥지에 낳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2018년 6월, 서울 과천시 관악산.
딱새 한 마리가 제 몸집보다 큰 새끼 뻐꾸기의 입에 모이를 넣어주고 있다. 2020년 6월, 경북 안동시.
뻐꾸기는 스스로 알을 품지 못합니다.
그래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습니다. 탁란이라고 하지요.
광고 로드중
뻐꾸기 암컷이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가 잠깐 둥지를 비운 사이 네개의 알 중 하나를 밀쳐버리고 자신의 알을 낳은 모습입니다.
12일 만에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사진)가 먼저 깨어난 뱁새 새끼 한마리와 나머지 알을 누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왼쪽)가 먼저 깨어난 딱새 새끼를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6월, 경기 남양주시.
날갯죽지를 뒤틀어 뱁새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 뻐꾸기 새끼(사진)는 뱁새 어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경북 영천의 한 과수원 배나무 가지 사이.
뱁새가 예쁜 항아리 모양의 둥지를 지었습니다.
이틀 뒤 4개의 알을 낳고 포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뱁새 어미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광고 로드중
뱁새 알 하나를 가져가 버렸네요.
뱁새 부부는 이것도 모르고 알을 품습니다.
뱁새 어미는 알고도 속아주는 것일까요? 금이야 옥이야 키운 뻐꾸기 새끼가 뱁새 어미보다 몸집이 4, 5배나 커졌습니다.
둥지를 떠난 뻐꾸기 새끼는 일주일 동안 근처 풀 숲, 나뭇가지에서 뱁새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습니다.
뻐꾸기 새끼가 떠난 둥지는 새끼 뻐꾸기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축 늘어져 더 쓸슬한 느낌이 듭니다. 2013년 6월, 경북 영천시.
포란 12일째,
광고 로드중
먼저 태어난 뱁새 새끼와 부화하지 않은 알을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합니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와 똑같이
삐악삐악 소리를 지르고 갖은 아양을 떨며
뱁새 어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습니다.
보름이 지나자 뻐꾸기 새끼는 어미 뱁새보다
몸집이 4, 5배나 크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20일이 되는 날 날개에 힘이 생긴
뻐꾸기 새끼가 둥지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 뒤에도 일주일 동안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받아먹으며 비행준비를 합니다.
그러고는 여름 철새답게 동남아로
훌쩍 떠나버립니다.
글 · 사진=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