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감옥에 있을 때 동료들에게 전집을 주면서 각자 좋아하는 대목에 표시를 하고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들 중에는 넬슨 만델라도 있었다. 만델라는 1977년 12월 16일 ‘줄리어스 시저’의 한 대목에 표시를 하고 서명을 했다. 꿈자리가 불길하다며 원로원에 가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시저가 답변하는 내용이었다. ‘겁쟁이들은 죽기 전에 여러 번 죽소. 그러나 용감한 자는 한 번만 죽음을 맛보는 법이오.’ 누구나 결국 죽게 되어 있으니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전체적인 맥락과는 별개로 만델라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저의 용기를 높이 샀다. 27년에 걸친 수감 생활에서 그에게 필요했던 건 용기였다.
만델라를 비롯한 정치범들은 낮에는 불볕이 내리쬐는 채석장에서 석회암을 캐는 사역을 했고 밤이면 책을 읽었다. 문자를 모르던 사람들도 글을 깨치고 책을 읽었다. 감옥은 일종의 학교였고 셰익스피어 전집을 비롯한 책들은 훌륭한 선생이었다. 이제는 감옥 대신 역사박물관이 들어선 로벤섬의 셰익스피어 전집은 백인 정권의 폭력에 맞선 아프리카인들의 용기를 오늘도 증언한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