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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학부모의 편지[현장에서/김수연]

입력 | 2020-06-29 03:00:00


특목중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의 시위 모습. 학부모 제공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각각 일반중과 국제중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이 편지를 씁니다. 침묵시위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담았어요.”

서울시교육청의 대원·영훈 국제중 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던 26일, 자신을 ‘영훈국제중 학부모’라 소개한 한 사람의 이메일을 받았다. 한글 파일로 무려 A4용지 7장을 가득 채운 분량이었다.

편지는 “내 아이 중 하나도 공립중을 다니는 터라 단순히 두 학교를 비교해 일반중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상생을 통해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적어본다”고 시작했다. 빼곡히 써내려간 내용을 한마디로 요악하면 ‘국제중은 실제 어떤 학교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발표하며 비난한 것처럼 입학 전엔 막대한 선행 사교육이 필요하고, 입학 후엔 입시 위주의 영어 몰입교육에만 매달리는 곳일까? 편지를 쓴 이는 국제중에 그처럼 ‘특권교육’, ‘경쟁교육’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조 교육감에게 유감을 표했다.

편지에 따르면 그의 두 자녀는 모두 공립초를 졸업했고, 영어유치원에 다닌 적이 없다. 이 중 둘째가 영훈국제중에 다닌다. 그는 “최근 줌(ZOOM)을 통한 원격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학생을 위해 교사들이 회의를 열고, 그 아이를 별도로 지도했다고 한다”며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학교”라고 말했다. 일반중 자녀보다 학원비도 덜 든다. 발표 및 토론을 하고 동급생과 교사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 중심’의 수업방식이라서 오히려 사교육에 기대기가 어렵다. 1인당 1악기, 다양한 체육 등 교육의 모든 활동이 ‘학교 안’에서 이뤄진다. 이 학부모는 “국제중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실천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는 ‘경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매도하며 자발적인 노력마저 부정하고 폄훼하는 교육 현실이 안쓰러워 편지를 쓴다고 했다. 자신의 자녀는 국제중학교 학생이라는 자격을 유지한 채 졸업하겠지만, 나라의 교육이 걱정되기 때문에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편지 말미에 그는 조 교육감에게 “무엇이 참교육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공교육의 환경을 국제중만큼 끌어올리기보다, 일반중 학생들에게 ‘너희는 차별받고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갈등과 피해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두 자녀를 모두 외고에 보냈고, 그중 한 명은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시킨 조 교육감이 국제중을 특권 학교라 비판하며 평가지표까지 바꿔 없애려 하는 것을 학부모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중의 좋은 시스템을 일반 학교에 적용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바람이다. 국제중 학부모들의 시위는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진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