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상담받는 청년들.
이청아 사회부 기자
17일 만난 대학생 20대 A 씨. 그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까지 걸린 한 달이 “악몽이었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실업급여를 받는 것도 속상한데, 그마저 녹록지가 않았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된 3월 말 ‘알바’를 하던 음식점에서 권고 사직됐다. 처음엔 곧 다른 일자리를 구할 줄 알았다. 하지만 공백이 길어져 결국 실업급여를 알아보게 됐다.
A 씨는 고용노동부에 여러 소명자료를 제출하고서야 실업급여를 탈 수 있었다. 처음 상담을 받은 지 27일 만이었다. 그는 “일자리도 없는데 이마저 받지 못할까 봐 매일 1,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역시 한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 최근 ‘짤린’ 20대 청년 B 씨. 그는 이전에 다니던 가게가 폐업하며 실업급여의 길이 막혀버렸다. 사업주가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었다. B 씨는 “사장님에게 이직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전화도 받질 않았다. 3개월 만에 겨우 연락이 닿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최모 씨(22)는 단기직원으로 다녔던 직장에서 괴롭힘당한 경험을 들려줬다. 사업장이 직원을 해고하면 정부 지원금이 끊긴다는 이유로 먼저 퇴사하게 만들려고 최 씨를 ‘왕따’시켰다. 결국 4월에 권고 사직됐지만 사장이 끝까지 “최 씨가 스스로 관뒀다”고 우겨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지난한 싸움 끝에 이제야 지원 자격을 되찾은 최 씨. 하지만 그의 마음엔 이미 큰 생채기가 남아버렸다. 최 씨는 “사장의 폭언에도 당장 생계가 어려워 버텨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회사를 관두던 날, 홀로 화장실에 앉아 펑펑 울었다고 했다.
센터에서 만난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실업급여를 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괴로움도 컸죠. 하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처가 훨씬 더 크고 깊었어요.” 모두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청아 사회부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