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사 먹는 데…’ 쓴 이묵돌 작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90년생이 온다’는 1980년대생 저자가 중간관리자로서 90년생을 어떻게 이해할지 분석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특정하기 쉽지 않은 90년생의 공통분모는 감수성, 슬픔에 있지 않을까 했어요.”
18일 서울 종로구 이마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그 슬픔이 부모 세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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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이 책에서 90년생은 1970년대생도 학창 시절 느꼈을 중압감을 똑같이 느낀다. 공부다. “다른 건 필요 없고 공부만 잘해.” 부모는 변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이 작가가 사는 동네 근처 서울대에서 열린 축제 포스터 문구는 이랬다. ‘엄마, 서울대 오면 여자친구 생긴다고 했잖아.’
“(90년생은) 대학 졸업할 때쯤 돌아보면 그동안 부모에게서 투자받은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이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하는 강박이 있어요. 생존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빨리 취직하고는 ‘내가 생각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하면서 늘 퇴사를 생각해요. 방향성은 없는데 어른은 돼 버린 거죠.”
90년생이 성인이 될 무렵 한국 사회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도드라졌다. 이 작가는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실은 실패할까봐, 실패감에서 헤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라는 것.
“(그래서) 직장에서 ‘일을 왜 이렇게 했느냐’는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무능력한 인간이야’ 실망하거나 ‘나는 완벽한데 회사가, 시스템이 잘못이야’라고 감정적인 대처를 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금이 가면 안 되니까, 그러면 견딜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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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나올 법한 어려운 환경에서 큰 이 작가는 “중고교 때 몇 번 백일장 상 탄 것을 살려서 인터넷에 취미 삼아 썼다가 정말 잘 얻어 걸렸다”면서 책을 10권 쓴 경력을 겸손해했지만 문장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