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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첫 인사 실패…독단적 ‘차르 리더십’ 통합당 논란

입력 | 2020-06-11 12:29:00

여의도연구원장 내정, '세월호 막말' 옹호 논란에 철회
김종인 "난 처음부터 그 사람 모른다…검증할 방법 없어"
김종인 독단 문제 제기 없는 '식물 비대위' 단면 지적도
조해진 "타성에 젖어" 장제원 "파격 강박증이 부른 참사"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이경전 교수를 내정했지만, ‘세월호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차명진 전 의원을 옹호한 사실이 확인되자 하루 만에 내정을 철회하는 사태를 빚었다.

11일 통합당 안팎에서는 여연 원장 인사 실패를 두고 ‘차르’로 비유될 만큼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출범 전부터 무기한 전권 논란으로 당내 반발과 잡음이 일었던 비대위 체제가 막상 출범하자 당 내외에선 ‘식물 비대위’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김 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대체로 초·재선 의원이거나 원외 인사여서 비대위 안에서 카리스마를 지닌 김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비상체제에 놓인 당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진단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한 30대 청년을 비대위원으로 전면에 배치한 것도 ‘쇼잉’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낸 중진들은 비대위원에서 제외됨으로써 사실상 전권을 가진 것과 다름없는 김 위원장을 견제할 만한 구심점이 없어 자칫 김종인 독주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의도연구원장 인선도 당 내 인력풀을 활용하거나 외부인을 포함한 후보군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김 위원장 본인이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직접 물색·접촉해 내정도 단독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김 위원장의 이러한 깜깜이 인사는 실패로 귀결됐다.

김 위원장이 물색부터 내정까지 홀로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전 검증이나 평판 등 인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결국 총선 당시 ‘세월호 막말’ 파문으로 징계받은 후보를 두둔한 사람을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힐 수도 있었던 ‘인사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장 내정 철회에 대해 “처음부터 나는 사실 그 사람 잘 모른다. 여러가지 수소문 해보니 그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 가졌다고 해서 만나서 제의한 것”이라며 “잡음 있는 걸, 소위 당을 대표한다는 연구소에다 모셔온다는 게 합당치 않은 것 같아서 오늘 아침 새벽에 문자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 검증 부족을 지적하자 “검증할 시간도 없고 수사기관도 아니고 그 사람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일단 언론에 그 사람의 그동안 행동이 보도됐으니 그걸 평가해서 결론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당 내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제기됐다.

조해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 쇄신과 관련해 여의도연구원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원장 임명 방식은 타성에 젖은 과거의 패턴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임명 철회로까지 이어졌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존중하고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여의도연구원장과 같은 중요한 당직은 당 내외에서 중론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스스로가 총선 기간에 사과하고 제명을 결정했던 세월호 막말을 옹호할 정도의 정무감각과 감수성을 가진 분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 추진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문제가 되니 슬그머니 취소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공식적인 해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장 의원은 “파격 강박증과 선택적 인식(selective perception)이 불러온 참사”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대위는 정책 문제나 인사 문제 등 당 운영 전반에 대해 진중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한동안 관망하던 다수의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김종인 흔들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당내 세력 구도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우호적인 초선 의원들과 반대로 비대위 체제에 부정적인 중진 의원 간의 대립으로 새로운 계파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脫)보수,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등 잇단 좌클릭 행보로 당내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자 김 위원장도 몸을 낮추고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보수 정체성을 고수하는 당내 목소리가 비등해지자 “보수의 가치를 부정한 게 아니다”라며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후 지난 10일 처음으로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만나 비대위 활동 방향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고, 같은 날 수도권·강원·충북지역 초선의원들과 오찬자리를 해 당에 관한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김 위원장은 11일에도 서울 동북권 원외당협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하는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에 혁신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니 비대위에 꼭 중진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좀 더 비대위 운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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