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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달러 사재기 현상 발생…이민 문의도 20배까지 급증

입력 | 2020-05-31 14:15:00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추진에 미국이 홍콩 특별 지위 박탈을 예고하자 불안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낀 홍콩 시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해외 이민 문의가 20배까지 급증하면서 홍콩을 탈출하려는 ‘엑소더스’ 열풍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홍콩 침사추이와 삼수이포 등 곳곳의 환전소에는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수백명씩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환전소 곳곳에서 달러가 바닥 나는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이 홍콩에 중국과 차별화된 경제 무역 특혜를 제공해온 홍콩 특별 지위 철회를 경고하자 홍콩 달러 환율을 미국 달러화 가치에 연계시킨 페그제 붕괴로 홍콩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 홍콩 시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삼수이포의 한 환전소 관계자는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 달러 수요가 10배나 늘어났다. 한번에 수십 만~수백 만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바꾸려 한다”며 “바꿔줄 달러가 더 이상 없어 600명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달러가 바닥 나자 영국 파운드, 유럽 유로, 호주 달러, 대만 달러로 바꾸는 홍콩 시민들도 있었다.

대만과 호주, 영국, 미국 등으로 이민을 떠나려는 홍콩 시민도 급증했다. 홍콩의 한 이민 컨설팅업체에는 홍콩 보안법 추진이 알려진 이후 이민 문의가 20배가량 늘어났다. 이 업체의 로이 람 이사는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에 “이전에는 하루 5, 6명이 문의해 왔지만 지금은 하루 약 1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 절반은 대만 이민을 원하고 나머지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가기를 희망했다”며 “단순한 문의가 아니라 실제 이민을 가려 했고 또 급하게 떠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이 재산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홍콩 보안법 이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강화돼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할 뿐 아니라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가 사라져 홍콩 경제가 휘청거릴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람 이사는 말했다.

홍콩 시민의 대만 이민은 지난해 6월 반중(反中) 시위가 시작된 이후 크게 늘어 지난해 5858명이 대만으로 갔다. 2018년보다 41.1%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이민자 수가 1243명에 달하는 등 이민자 수가 증가해온 추세가 홍콩 보안법 사태로 더욱 급증한 것이다. 천밍퉁(陳明通) 대만 대륙위원회 위원장은 “홍콩인의 대만 이주를 위한 지원책을 1주일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륙위는 중국 담당 부처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홍콩 인구(750만 명)의 39%에 달하는 홍콩인 약 290만 명에 영국 시민권을 부여 자격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영국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을 보유한 홍콩 시민 35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시민권 부여 대상을 대상을 BNO 여권을 보유했던 모든 이들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 태어나 BNO를 보유했다가 갱신하지 않은 홍콩 시민은 약 290만 명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홍콩 주민에게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영주권이나 미국 시민권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