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향기/알랭 코르뱅 지음·이선민 옮김/288쪽·1만6000원·돌배나무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풀도, 악한 사람도 없습니다.”
여기서 쓸모없는 풀이란 잡초나 쐐기풀을 말한다. 17, 18세기 영국에서는 서민들을 잡초나 쐐기풀에 빗대었고, 빅토르 위고는 쐐기풀을 가장 좋아했다. 미국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천대받는 풀에 대한 연민을 표현했으며,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는 초원을 “모두가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인 독자의 머리에는 김수영 시인(1921∼1968)의 ‘풀’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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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공하는 프랑스의 역사학자로 투르대, 판테옹소르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직 후에도 연구와 저술을 이어가고 있다.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유혹 등의 단순한 주제에서 사고를 확장시켜 나간다. 대표작 ‘악취와 향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영향을 줬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