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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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6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옹호하는 일부 여성단체를 향해 “툭하면 ‘30년 운동’이 어쩌고 하는데, 그 30년은 할머니들의 역사이지, 자기들이 가로챌 역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사 그 30년이 온전히 자기들 것이라 해도, 그 활동가들의 30년 노력이 할머니들의 80년 고통보다 무거울 것 같진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심각한 것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단체에서는 처음부터 철저히 ‘진영’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며 “여성단체들이 우르르 윤미향과 한패가 됐고, 그로써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 문제의 ‘일부’가 돼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운동의 원로들 이름까지 팔아먹었으니, 누군가 권위를 갖고 이 사태에 개입할 이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며 “문제를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윤미향 편들고 나선 여성단체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배후세력’이니 토착왜구니 떠드는 것은, 이들이 이용수 할머니가 던지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에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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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아마 상황이 적당히 수습되고, 시간이 흘러 다들 이 사건을 잊어버릴 때가 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을 것이다. 그걸 희망할 것”이라며 “거기서 사라지는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 또 다시 묻혀버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실 할머니가 우리 사회에 아주 어려운 ‘과제’를 던진 것”이라며 “그 윤곽을 그리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을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한 논의가 요구되는…근데 거기엔 아무도 관심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