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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 물가 0%대로 추락…외식 물가·유가 하락 영향

입력 | 2020-05-04 08:07:00

통계청 '2020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0%대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을 제약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했다.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0.8%)을 시작으로 1년 내내 0%대를 오갔다. 지난해 9월(-0.4%)에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공식 물가’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1.5%), 2월(1.1%), 3월(1.0%)까지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4개월 만에 1%대 밑으로 내려왔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이 약화된 가운데 석유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예정됐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농산물은 전년보다 0.8% 하락했다. 이 중 채소류가 10.3% 오르면서 큰 하락세를 막았다. 배추(91.4%), 양파(39.6%), 양배추(101.3%) 등의 가격은 올랐으나 마늘(-24.8%), 고춧가루(-13.7%), 감자(-14.4%) 가격은 내려갔다.

축산물은 3.5% 오르면서 물가를 0.08%포인트(p) 끌어올렸다. 집밥 선호 경향으로 국산 쇠고기(5.4%), 돼지고기(2.6%), 달걀(12.3%)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산물도 전년보다 8.1%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0.7% 하락했다. 외출 자제로 음식 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햄 및 베이컨(5.6%) 등 가공식품은 1.3% 상승했다. 반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경유(-11.8%), 휘발유(-5.1%) 등 석유류가 6.7% 내려갔다. 국제 유가는 이전부터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던 데다가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기가 안 좋으면서 가격이 더 내려간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서비스 물가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가 1.6% 내려갔다. 특히 고교납입금이 1년 전보다 64.0%나 하락했다. 석유류와 고교납입금이 전체 물가를 각각 0.28%p, 0.30%p 끌어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 물가는 0.8% 상승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연초에 외식 물가가 상승하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4개월 연속 상승 폭이 0%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외식 물가 상승 폭이 0%대에 4개월 이상 머무른 건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대인 접촉을 기피하다 보니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도 하락했다. 호텔 숙박료는 전년 동월보다 6.8% 하락했다. 해외 단체 여행비와 승용차 임대료(렌터카)도 각각 10.1%, 16.0% 내려갔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오락 및 문화 물가가 2.5% 하락했다. 지난달 졸업식은 없었지만,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생화(꽃) 가격이 1년 전보다 4.2% 하락했다. 교육 물가도 전년보다 2.4% 내려갔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0.9%)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2월 1%대로 올라섰지만, 4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내려갔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3% 상승했다. 지난해 7월(1.0%) 이후 9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아울러 1999년 9월(0.3%)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작다. 이보다 앞선 1999년 4~6월(-0.3%)과 7월(-0.2%)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다. 고교 무상 교육, 무상급식,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적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상승 폭이 둔화된 것도 OECD 기준 근원물가를 끌어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던 마스크 가격은 오프라인 기준 1720원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온라인 역시 한때 5000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 평균 3000원대 초반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주말에는 온라인 판매가가 2900원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2월6일부터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이후 2000원대까지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 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저물가가 가능성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서비스와 소매판매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 “국제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을 예측할 단계는 아니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할 상황”이라면서도 “긴급재난지원금 등도 외식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 같고 소비도 진작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소비자물가동향과 관련해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품목 460개 중 가격하락 품목 수는 전월보다 15개 증가한 140개로 전체 품목 중 30.4%를 차지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여건과 산유국의 감산여부 등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