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 임금수준전망지수 큰폭 하락 고용 불안 확산...대량 실업사태 관측도
여행사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반 쏟아지는 예약 취소 세례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객이 뚝 끊기면서 곧바로 휴직에 들어가게 됐다. A씨는 “급여 중 일정액이 깎였지만 이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하청업체들은 아예 무급휴직에 들어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앞으로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재택근무를 하느라 월급 일부나 마찬가지인 수당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며 “고정비 지출 부분은 일단 모아둔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긴 한데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메우는데도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기업실적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여행, 유통 등 서비스업을 비롯해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부터 경영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까지 월급봉투가 얼마나 얇아질지, 일자리를 잃는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5명 정도가 코로나 여파로 소득 감소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475명(47.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66.3%)에서 정규직(35%)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고용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월 종사자 1인 이상 국내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27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2만5000명(1.2%) 줄었다. 직장인 수가 감소한 것은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처음있는 일이다.
무급휴직에 들어간 직장인들이 아예 실직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분석한 ‘코로나19의 고용시장 피해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악화되면 신규 실업자수가 18만2000명~33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성장률이 -4.89%~-6.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김 교수는 “코로나 위기로 항공, 여행, 정유, 도소매업 등 일부 업종에서 임금삭감,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을 시행 중”이라며 “역성장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위기와 같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 업종과 기업 규모를 불문한 특단의 고용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