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펴낸 이원하 시인 신선한 작품으로 등단 이후 주목… 시 안엔 밑줄 긋고 싶은 구절 넘쳐 출간 일주일 지나 벌써 4쇄 돌입
첫 시집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원하 시인. 그는 “이렇게 많은 분이 시를 읽어주신다는 게 요즘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등단한 지 2년 만에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를 펴낸 이원하 시인(31)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작품으로 등단 이후 줄곧 주목받아온 데다 첫 시집에 대한 반응 속도도 심상치 않다. 출간 일주일 만에 3쇄를 찍었고 지난달 27일 현재 벌써 4쇄에 들어갔다.
실제로 시집을 펼치면 ‘바짝 다가오라’는 시인의 주문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잔잔해서 결이 없으니 바다가 몇 장인지 어떻게 셀까요’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처럼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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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담긴 시들은 모두 ‘시인이 돼야겠다’고 작심하고 제주에서 2년을 보내며 썼다. 혼자인 외로움, 고립감이 제주 정취 속에서 세밀하게 그려지는데 중간중간 재치 있는 유머가 ‘밀당’을 한다. 그는 “울면서 쓴 시들이지만 읽는 분들이 슬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유머를 넣었다”며 웃어 보였다. 곧 제주에서 보낸 시작기(詩作記)도 산문집으로 나온다.
시인은 지난해부터 경기도로 다시 올라왔다. 제주에서 등단했고 시를 썼지만 ‘제주 시인’이란 도식에 갇히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는 “제주에 있는 동안 여행보다는 정착이 더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낯선 곳에 일정 기간 머무는 고독한 상태에서 시가 가장 잘 써졌다”고 말했다. 일상적 대화로 언어를 허비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계속 말을 걸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또 한 번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던질 준비를 마쳤다. 다음 행선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어감이 왠지 귀엽고 고급스러워서”란다. 그곳에서 두 번째 시집에 엮을 시와 산문집을 함께 쓸 계획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