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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 데이터센터 완성…‘AI 용광로’ 한발 더 앞선 포스코

입력 | 2020-04-27 03:00:00

포항-충주 이어 광양센터 본격 가동…진도 8.0 지진에도 안전한 서버
고로-코크스 공장 하나로 연결하고 제강-냉연공장까지 ‘스마트팩토리’
원가 절감-예방 정비 효과 톡톡…“글로벌 철강시장 새 경쟁력 기대”




포스코 광양제철소 각 공장의 운영 상황을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스마트데이터센터 종합상황실. 포스코 제공

“지난해에도 해외 경쟁 철강사 고위 관계자의 방문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우리도 경쟁사의 스마트팩토리 추진 상황을 정확히 알기 쉽지 않습니다.”

2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스마트 데이터센터에서 만난 전재균 광양제철소 EIC기술부 스마트팩토리섹션 리더(팀장)는 스마트화를 둘러싼 세계 철강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광양제철소의 스마트팩토리는 글로벌 경쟁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데이터센터는 규모 8.0의 지진에도 큰 흔들림 없이 서버 시설을 보존할 수 있게 시공됐다. 지난해 한국 유일의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스마트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는 광양·포항제철소, 그리고 충북 충주시의 3각 데이터센터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이들 3각 데이터센터는 역할을 나눠 국내외 생산기지를 관리하고 재난·재해 등의 상황에서 서로를 보완한다. 제철소 두 곳의 데이터센터는 그동안 제철소 내부의 각 공장에 흩어져 있던 스마트팩토리 관련 설비를 한곳으로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각종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제철소 내 제강 공장의 조업 모습. 포스코 제공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 구축한 공정관통형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올해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위공정별 운영에서 공정통합 운영을 거쳐 전체 제철소를 아우르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용선(쇳물)을 만들어내는 고로와 원료를 만드는 소결·코크스 공장을 하나로 연결하고 쇳물 생산 이후 제강·연주·열연·냉연 공장도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이로써 앞뒤 여러 단계의 공정을 서로 이어 생산 상황을 한번에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 스마트팩토리로 조성된 광양제철소 내 12개 공장에서 각기 최대 2테라바이트 수준의 데이터가 매일 생성된다.

이 같은 시스템의 이점 중 하나는 ‘예방 정비’다. 수십 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들도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던 대형 설비의 이상 발생 시점을 예측해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강판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아연 도금 공장에서는 인공지능(AI)이 원가 절감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소재인 아연을 도금할 때 고객사가 요구한 필요 두께를 지키려다 보면 아연 양이 더 들어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AI가 정확한 필요량만 도금되도록 정밀하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재균 리더는 “제철소의 숙련된 기술자가 쉽사리 전수하기 어려웠던 까다롭고 정밀한 기술을 시스템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등 수요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세계 각국 철강사의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위축으로 감산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느냐 하는 ‘스마트’ 싸움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덩치를 키운 초대형 철강사 바오우강철이 독일 지멘스와 협업해 자동화·로봇화·스마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일본제철과 아르셀로미탈, 현대제철 등도 저마다의 전략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기응 KAIST AI대학원 교수는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공식 선언하기 전부터 차분하게 디지털화를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 등의 경쟁자가 쫓아오는 철강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양=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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