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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소식에 울컥한 조광래 사장 “이젠 축구가 국민들에게 힘을 줄 때”

입력 | 2020-04-27 05:30:00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대구FC 조광래 사장(사진)은 K리그 개막일이 5월 8일로 확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수도 줄고, 준비된 마케팅 활동도 축소됐지만 ‘축구의 시작’이라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젠 축구가 국민들에게 힘을 줄 때다.”

2020시즌 K리그 개막 일정이 확정되자 대구FC 조광래 사장(66)은 감격에 겨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두 달간은 악몽 같았다. 매일매일 전해지는 확진자 소식에 두려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대구 구단 입장에선 지난 시즌 홈경기 19경기 중 9회 매진, 2018년 대비 유료 관중 3배 증가, 기념품 판매 8배 성장 등을 기록하며 올 시즌 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개막 소식은 복음과도 같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무관중 개막전을 5월8일 치르기로 확정했다. 당초 예정된 2월29일보다 70일가량 늦어진 개막이다. 경기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시즌이 시작된다는 자체만으로도 환영받고 있다. 조 사장은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그동안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너무 혹독했다”면서도 “선수 중에서 단 한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조 사장은 선수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는 “선수가 감기에 걸리면 팀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각별히 조심했다. 뭐라 생각할지 몰라도 내 선수생활 경험을 살려 선수단 전체가 도라지를 달여 먹은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막 소식에 어떤 감회가 들었냐고 묻자 조 사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어, 감회는…” “음, 감회는…”이라며 더듬거리면서 갑자기 울컥했다. 그는 “나보다는 선수들이 개막을 반가워한다. 새로운 마음이 들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우리 구단뿐 아니라 K리그 전체가 더 좋은 경기로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때”라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 선수들이다.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무작정 기다리면서 진도 빠졌다. 클럽하우스를 벗어나지 못해 갑갑증도 생겼다. 조 사장은 “숙소에서만 생활하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니깐 안타까웠다”면서도 “답답해도 참아야한다고 타일렀다. 또 이번 고비를 잘 넘기자고 거듭 당부를 했다”며 지난 두 달을 되돌아봤다.

대구시는 전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2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26일 현재 전체 확진자(1만728명)의 63.8%인 6846명이 대구에서 나왔다. 조 사장은 대구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대구 시민들은 정말 대단하다. 시민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선수들도 인터뷰 때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금도 확진자가 나온다. 그런 탓에 대구FC는 이번 시즌 초반 원정경기 위주로 짜여진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방역 당국의 방침대로 K리그 일정도 정해질 것이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안전이 더 중요하다”면서 “원정 경기라도 시즌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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