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진 이대 교수, 국제 연구 참여… “국내 환자 후각상실 사례 수집”
정서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후각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국내에서도 대구시의사회가 대구 내 코로나19 환자 3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15.3%에 해당하는 488명이 후각을 잃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 “냄새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코로나19 증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군은 코로나19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기지 입구에서 식초를 이용한 후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후각 상실의 명확한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에서 410명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출범한다.
지난달 말 출범한 프로젝트 정식 명칭은 ‘화학적 감각 연구를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 후각을 잃는 이유와 함께 미각 상실증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의 증상으로서 후각·미각 상실증이 다른 증상들과 어떻게 동반돼 나타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증상 감염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더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른 채 돌아다니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사례가 늘면서 각국의 방역망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 당국도 무증상자에 의한 코로나19 전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달 19일 “환자 중 약 30%가 진단 당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며 “무증상자로 인한 급속한 전염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 대학 소속 연구자로는 유일하게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임주연 미국 오리건주립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두 연구자는 후각을 실험하는 진단키트를 만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후각 상실 사례들을 먼저 모을 계획이다. 임 교수는 화상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후각이 상실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인종 간 차이를 밝히려면 한국인의 사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연구자는 자료 수집을 위해 코로나19 환자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설문지는 한국어를 포함해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설문지 작성에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미 프랑스어 설문지는 약 8000명이, 영어 설문지는 약 3300명이 작성을 마쳤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