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무색의 섬광들/알랭 바디우 지음·박성훈 옮김/132쪽·1만2000원·민음사
이 책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검은색’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모았다. 잉크, 검은 개, 적과 흑, 블랙 유머, 검은 표범, 검은 대륙, 고래 등 그가 검은색에서 연상해낸 주제는 예술 정치 철학의 영역을 넘나든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단둘만의 여행을 위해 그를 피레네산맥 외딴 마을에 맡겨뒀을 때 밤길에서 만난 무서운 검은 개는 불안 두려움 괴물의 원형이 되고(‘어둠 속의 검은 개’) 글을 배우며 접하게 된 까만 잉크통은 문장이 굽이쳐 나오는 기적, 문자가 된 사유에 대한 경이로움을 발견케 하는 매개가 된다(‘잉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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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과 젊은 시절 경험담이 얽힌 글에서부터 가볍게 시작하지만, 검은색에서 변증법을 발견하고 우주의 암흑물질까지 다루는 만만치 않은 사유와 시적인 문장들이 어우러졌다. 검은색이란 매력적인 색에 얽힌 저명한 철학자의 통찰과 사유를 더 친근한 산문 형태로 엿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