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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가치를 만드는 ‘오랜 시간’의 힘

입력 | 2020-03-28 03:00:00

◇세상의 모든 시간/토마스 기르스트 지음·이덕임 옮김/242쪽·1만4000원·을유문화사




“즉각적인 만족은 인간의 심오한 행복을 방해한다.”

초(超)연결 초능력시대이지만, 어떻게 돼선지 인간의 하루는 더 정신없어졌다. 원하는 정보와 관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책 읽을 시간이, 산책하고 사색할 시간이, 가족들과 완전한 휴식을 누릴 시간이 전혀 없다.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모든 가치 있는 일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밥 딜런의 말을 인용하며 사색과 느림, 시간이 소요되는 일들의 가치를 재조명해나간다. 20년에 걸쳐 만든 뒤샹의 생애 마지막 작품과 639년 동안 공연되는 존 케이지의 오르간 연주를 비롯해 시골의 우체부가 33년에 걸쳐 만든 돌멩이 성, 10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역청을 관찰하는 과학 실험 등 ‘시간의 힘’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만은 느긋하게, ‘시간’을 할애해 천천히 읽어달라고 당부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