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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혁신이 디자인 마인드… 지역과 대학도 디자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입력 | 2020-03-19 03:00:00

강경태 부산 디자인진흥원장에게 듣는 지역·대학 혁신 방안
부산 디자인진흥원, 일자리 창출 등 성과
대학 시스템 변화로 지역발전 기여해야



강 원장은 “창조적 실험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집단일수록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시대가 왔다. 디자인은 본래의 기능에 더해 거의 모든 분야와 융합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 그 효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영국을 개조해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은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면 그만두라(Design or Resign)“라며 디자인의 개념을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넓히기도 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은 정치학자로서 부산디자인진흥원을 맡아 2년 연속 부산시 산하 일자리창출 최우수기관,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 종합만족도 1위 등의 성과를 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의 도전적 행보의 바탕에는 디자인의 속성인 변화와 개혁이 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장을 맡기 전 부산 신라대 교수였던 강 원장은 대학의 역량강화와 변화가 새로운 부산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존의 생각과 방식으로는 생존은 물론 발전도 힘들 것이기에,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대학에 ‘디자인적 사고’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6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강 원장을 만나 디자인과 대학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정치학 교수가 디자인 행정을 맡는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강원장이 부산 디자인진흥원장에 임명되자 지역 언론, 디자인계는 디자인 비전공자임을 들어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었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미적인 것’, ‘예술적인 것’을 떠올리는데 그것은 협의의 디자인입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디자인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 ‘혁신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디자인의 광의성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사회과학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가끔은 디자인 행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디자인에 외부 전공자의 시각이 융합되면 디자인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화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자인진흥원은 국제화를 통해 부산 산업 발전과 한국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국제화가 어떻게 지역 산업발전을 이끌 수 있을까요?

“디자인진흥원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디자인교류센터를 열고, 기업디자인 지원과 공공 디자인을 수출하는 전초 기지로 삼고 있습니다. 하노이 응우옌짜이 대학과 협업해 하노이 중심부에 문을 연 교류센터에는 부산 소재 산업디자인전문회사 ㈜블레싱, 공공환경디자인전문회사 예홀 등 5곳이 진출해 제품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지요. 공공 디자인의 경우 하노이의 치안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시와 논의 중입니다. 공공 디자인은 부산 자갈치 시장의 리모델링에서 얻은 경험이 발판이 됐습니다. 자갈치 시장은 디자인 리모델링 후 방문자가 연간 190만 명에서 290만 명으로 늘고 매출이 대폭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산의 디자인 파워가 하노이에 진출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얻어지는 부가가치는 오롯이 부산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베트남은 한류에 대한 호감이 매우 높기 때문에 디자인이 융합한다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에 따르면 디자인을 기술 개발과 비교했을 때 투자 시간은 20%, 투입 비용은 5%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5배라고 합니다. 디자인의 가치가 큰 것이지요.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적 수준이고 그 가운데는 부산과 관계된 것이 적잖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디자인은 아시아권에서 1∼2위, 세계적으로는 6∼7위 수준인데, 디자인도 한국 산업들과 같이 세계로 진출하면 일자리 등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학에 몸을 담았기에 디자인의 가치를 체감하면서 ‘대학 디자인’에 대한 생각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왜 없겠습니까. 많지요. 지금처럼 학령인구가 감소해 대학의 생존이 불투명한 시기가 와서 안타깝습니다. 대학도 새롭게 ‘디자인’돼야 합니다.”

―어떻게 디자인 돼야 합니까?

“대학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는 시대 흐름에 맞추고, 사회와 지역이 대학에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면서 대학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교수 한 명, 한 개 학과가 나서서 대응하는 것으로는 될 수 없기에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학과 사회에 모두 이득이 되는 ‘대학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대학 시스템 변화에 디자인 3원칙을 적용해 한국 대학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과 같은 혁신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디자인 3원칙은 아름다움, 편리함, 경제성입니다. 이 원칙은 자본주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으면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인 이때 기업과 사회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전적인 사람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의 커리큘럼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향한 대학의 가치를 시대상황에 맞게 경제성과 편리함을 크게 향상시켜야 합니다. 교육과정 하나 바꾸는 데 몇 년씩 걸리고, 한참 지난 내용을 가르치지만, 1년에 4개월씩이나 방학을 하고 있습니다. 방학은 길지만 학사과정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한 과목만 15주씩 가르칠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내용에 따라 강의 기간이 다양화되고, 학사 과정도 여기에 준해 학과별로 정해져야 합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정보와 내용이 인공지능을 통해 얻은 것과 비교해 우월하지 않기에, 대학은 의지력을 키워주고 평생 배우는 자세를 일깨워 주는 데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의 변화가 이뤄지면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일 수 있을까요?

“부산의 예를 들겠습니다. 부산은 기존의 산업에 더해 관광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의 관광은 콘텐츠와 시스템이 묶어진 인프라가 꼭 필요합니다. 관광이 융합 산업화된 것입니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단순히 해운대만 보고 돌아가는 일회성 방문에서 체험형 체류 관광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불편함이 없이 스토리가 있는 부산 문화 체험을 즐기는 데 스마트 시티 등 최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합니다. 전통 문화와 기술이 융합하려면 부산 시내에 있는 24개 대학의 역할이 꼭 필요합니다. 대학들은 관광을 체계적인 인프라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대학에서 어떻게 융합시키고, 부산시는 어떻게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대학을 육성하는가입니다. 대학과 행정이 모두 디자인 마인드로 무장했을 때 그 혜택은 도시와 대학, 지역으로 돌아갑니다.”

▼ 강경태 원장은… ▼
1963년 부산 출생 /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 미노스텍사스주립대 정치학 박사 / 현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 21세기정치학회 회장,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 / 저서: 정치학으로의 산책

글·사진 부산=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