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株 두달간 5兆대 순매수… SK하이닉스-삼성SDI도 사모아 메르스 이후 반등 ‘학습효과’ 작용… 코로나 장기화땐 타격 심화 우려도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이달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는 삼성전자 주식을 5조448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593억 원을 팔았다. 이들이 내놓은 주식은 개미들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5조366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 삼성SDI 등 우량주도 사 모으고 있다. 이달 9일과 11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조 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 등을 사 모으는 것은 ‘대장주는 언젠가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이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 사태가 잠잠해진 뒤에 주가가 반등했던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점도 개인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한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외인 세력에 대항해 개미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외인 자금을 개미 자금으로 대체하는 게 힘들겠지만 증시 반등에 대한 개미들의 믿음은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해 주가 변동성도 심할 것으로 보여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산업 등에도 악영향이 미쳐 삼성전자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거래를 통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는 “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사실 바닥(증시 최저점)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