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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중소제조업체 해외 판매 담당 A 씨는 유럽 지역 협력사들에 제품 샘플을 보내러 왔다가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우체국 국제특급우편물(EMS) 배송마저 한 달 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A 씨는 “사람이 직접 갈수도 없는데 우편물마저 원활하지 않아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의류를 보내러 광화문우체국을 찾은 B 씨는 “배송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들었다”며 “제 때 수령을 못 해 결과적으로 계절에 맞지 않는 옷들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우체국 EMS 배송 접수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EMS 배송 접수가 중단되지 않은 국가라 하더라도 수령까지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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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등 상위 1, 2대 수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은 EMS 접수를 받고 있지만 배송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통상 3~5일, 미국은 7일 가량 걸리는데 우체국에서는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월 29일 중국을 시작으로 EMS 중단 및 지연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중단 국가를 매일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하게 택배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전용기로 화물을 운송하는 글로벌 물류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미국 뉴욕으로 5㎏짜리 박스 하나를 배송하는 경우 EMS는 8만8000원이지만 글로벌 물류업체는 46만7000원 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타격이 크다. 온라인에서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C 씨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데 배송 지연으로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중국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물건을 판매하지도 못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포장 용기도 못 받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직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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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민, 유학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배송 지연으로 인한 음식물 문제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한 유학생은 “EMS 불가로 필요한 짐들을 비행기에 들고 탈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마스크 해외 반출을 전면 금지한 사실을 모르고 해외로 보내는 택배에 마스크를 넣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마스크 해외 반출이 금지됐는데 한두장은 괜찮겠지 하고 EMS에 넣었다가 반송돼 9만 원의 배송비도 못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