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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이혼상담 급증…女 “부당대우 때문” 男은?

입력 | 2020-03-11 15:20:00


A 씨(88)는 8세 연하 아내인 B 씨(80)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혼인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잘 맞지 않아 자주 다퉜다.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B 씨를 폭행한 적도 있다. B 씨는 15년 전 집을 나갔다. 처음에는 큰 딸의 집에 있었지만 지금은 행방을 모른다. A 씨는 B 씨와의 이혼을 원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했다.

C 씨(84)는 1세 연상 남편인 D 씨(85)와 60년을 살며 아들 둘을 키웠다. 배운 것이 없어 장사를 했다. 남편은 혼인 초부터 주먹질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남편 명의의 집에서 월세가 500만 원이 나오는데, 그 돈으로 아직도 유세를 떤다. 돈을 쥐었기 때문에 아들들도 D 씨의 폭행을 말리지 못한다. 이제라도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받고 싶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11일 이 같은 사례를 공개하며 60대 이상의 이혼상담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총 4783건의 이혼상담을 진행했다. 이중 여성내담자는 3435명이었고, 남성내담자는 1348명이었다.

내담자 연령대를 보면 여성은 40대(27.8%), 남성은 60대 이상(43.5%)이 가장 많았다. 여성은 40대에 이어 50대(26.4%), 60대 이상(25.3%), 30대(16.4%), 20대(4.0%) 순으로 많았다. 남성은 60대 이상에 이어 50대(24.0%), 40대(19.9%), 30대(11.9%), 20대(0.7%) 순이었다.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는 ‘남편의 부당대우(폭력)’가 10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편의 외도’(457건), ‘장기 별거’(423건) 등 순이었다. 남성의 이혼상담 사유는 ‘장기 별거’가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내의 가출’(213건), ‘성격 차이’(161건) 등 순이었다.

특히 최근 20년간 60대 이상의 이혼상담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상담 비율은 1999년 3.5%에서 2009년 5.5%로 늘었고, 2019년에는 25.3%까지 증가했다. 60대 남성의 이혼상담 비율은 1999년 4.8%에서 2009년 12.5%로, 2019년에는 43.5%까지 늘어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노년 여성의 이혼상담 키워드로 ‘빈곤’, ‘무시’, ‘억압’, ‘질병’ 등을 꼽았다.

상담소 측은 “이혼을 상담한 일부 노년 여성은 젊어서 돈을 번다고 유세한 남편의 뒷바라지를 늙어서까지 하긴 싫어했다”며 “남편과 자녀의 뒷바라지에 평생 자신의 인생이 없었다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도 능력 없고, 무시를 당하는 엄마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인생을 찾거나 재산·연금 분할을 받기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노년 남성의 이혼상담 키워드로는 ‘소외’, ‘빈곤’, ‘분노’, ‘고통’ 등을 골랐다.

상담소 측은 “노년 남성은 경제력이 없어지자 가족·사회로부터 무시·소외·고립을 느꼈다”며 “자녀의 집에서 안 오는 아내가 많고, 오랜 기간 사실상 이혼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가정 내 소통부재·불안감·상실감 증가로 이어져 팬클럽·집회 등에서 소통하는 곳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