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비즈]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 맡은 ‘싸카’ 오정석 대표
오정석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이 자신의 회사 ‘싸카’에서 만든 축구공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오 회장은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시키면서 무너진 국내 스포츠 제조업 기반을 살려야만 한국 스포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싸카 제공
올해 1월부터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스포츠용품 전문제조업체 ‘싸카’의 오정석 대표이사(58)는 취임 일성으로 “스포츠 산업의 기초가 될 제조업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산업에도 제조, 유통, 서비스(프로스포츠, 생활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이 있어 고루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 부문은 글로벌 기업에 국내 상권을 거의 내준 데다 해외로 생산설비를 대부분 이전하면서 국내 기반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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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회장은 1994년 해외 브랜드 축구용품의 판매 대행을 시작으로 스포츠 산업과 인연을 맺은 뒤 2000년 판매전문 법인을 세울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2015년부터는 경기 남양주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축구공과 유니폼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페인 브랜드 ‘아스토레’의 국내 판권을 따낸 뒤 축구공과 유니폼, 트레이닝복 등을 생산했다.
한국은 1970년대까지 축구공을 수출했던 나라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국내 브랜드 공장이 하나둘씩 중국 파키스탄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기술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결국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오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쓰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딴 한국에서 축구공 만드는 기술이 사라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오 회장은 또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들도 해외에서 생산을 하지만 국내 생산 기반을 모두 없애지는 않았다”며 자체 보유 브랜드와 제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라고 손익계산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들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기술로 자국 내 생산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식스의 경우 ‘메이드 인 저팬’이라는 표시가 붙으면 동남아 생산 제품보다 2∼3배 더 비싸게 받는다.
오 회장의 노력은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 국산 토종 공 전문 브랜드 ‘낫소’가 오 회장에게 축구공 생산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오 회장도 내년 중에 ‘싸카’란 자체 브랜드로 축구공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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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