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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여전히 줄서지만… 그나마 살수있어 다행”

입력 | 2020-03-10 03:00:00

[코로나19 확산]시민들 “한결 나아져… 숨통트여”
업체마다 공급하는 시간 달라 일부 시민 허탕치고 돌아가기도




“37년생이시면 오늘은 해당이 안 돼요. 내일 다시 오셔야 해요….”

9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약국. 약사 A 씨가 주민 박노칠 씨(83)에게 이날부터 시행한 ‘마스크 5부제’를 한참 설명했다. 박 씨는 “(마스크 5부제인지) 전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오전 9시 반경에는 2011년생 딸을 대신해 약국을 찾은 장경식 씨(41)가 “가족 중 오늘 구매가 가능한 딸의 마스크를 사려고 출근길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뽑아왔다. 지난주는 아예 살 수 없었는데 오늘은 구매해 다행”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첫날인 9일. 전국의 약국 앞에는 전날만 해도 보건용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늘어섰던 줄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다 보니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오전 10시경 성동구 한양대병원 앞 약국 7곳을 둘러보니 정부의 ‘공적 마스크’를 들여놓은 곳은 1곳뿐이었다. 같은 시간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 9곳도 3군데서만 공적 마스크를 팔았다. 약국마다 지정된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가 다른 데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입고 시간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 약국을 찾았던 시민들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했다. 장명환 씨(29)는 “주민등록번호가 1로 끝나는데도 약국 4곳을 들렀지만 재고가 없거나 입고가 안 돼 있어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약국에선 입고 시간을 미리 알 수 없고 5장이 한 묶음으로 포장된 마스크가 많다며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약사 이도형 씨(35)는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들쭉날쭉해 한창 바쁠 때 들어오는 등 시간을 가늠해 대비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성동구 행당동 대학약국의 약사 김지은 씨(28·여)는 “오늘처럼 5장씩 포장이 돼 오는 부분이 제일 난감하다. 직원 3명이 달라붙어 2장씩 새로 포장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다른 약국의 약사 B 씨도 “5장씩 포장이 돼 온 것을 나눠서 다시 포장하느라 지퍼백과 비닐장갑까지 샀다.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무료 봉사하는 셈”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도 많았다. 종로구 행복한약국 약사 이경희 씨(52)는 “지난주엔 인파가 몰려들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지금이 한결 낫다. 시민들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종로구민 정모 씨(74)도 “일주일에 2장밖에 못 사 아쉽긴 해도 하염없이 줄을 안 서니 살 것 같다”고 했다.

김소민 somin@donga.com·김태성·한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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