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공유주택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
19일 서울 마포구 ‘만인의꿈’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찬 대표. 태블릿PC에 적힌 ‘shareNido’는 이 회사가 제공하는 6, 7인용 공유주거공간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청년들이 뼈저리게 체감하는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유주거 서비스 회사 ‘만인의꿈’을 설립한 김동찬 대표(34)를 1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2016년 ‘만인의꿈’을 설립해 6, 7인용 공유주택을 47곳까지 늘렸다. 대체로 홍대∼신촌 권역과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취업학원과 일터, 학교가 몰린 곳이다. 입주자는 현재 총 250명이 넘는다.
○ 공부하러 ‘신촌’ 왔다가 느낀 주거의 벽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형편없는 방 한 칸 빌리려 해도 월 50만∼60만 원이 들었다. 다른 생활비까지 충당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그는 주거비를 아껴보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취업해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주거 비용은 해결됐지만 일하랴 공부하랴 정신이 없었고 결국 로스쿨 입시도 난항을 겪게 됐다. 그는 “‘사장이 되면 돈을 벌면서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사업을 꿈꿨다”고 말했다.
○ 집값보다는 꿈에 투자하는 삶
‘내 집 마련’은 모든 세대의 고민이지만,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은 상당하다. 서울 중심부에서 직주근접을 누리며 사는 청년의 삶과 도시 외곽에서 하루 3∼4시간을 이동하는 데 써야 하는 청년의 삶이 같다고 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돈이 많지 않은 청년들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홍대, 신촌, 강남 일대의 인프라를 누릴 방법이 ‘공유주거’”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아낀 주거비로 청년들은 다양한 도전을 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취미생활도 함께한다. ‘만인의꿈’ 운영진은 “신촌 인근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나 강남권의 직장에 다니는 사회 초년생 모두 이동 시간과 주거비를 아껴 자신의 꿈에 투자한다는 면에서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만큼 서로 지켜야 할 질서가 있다. 회사 측은 입실을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이런 사항을 충분히 알리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지점에 입실하든 사용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각 거처에서 열리는 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퇴실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법칙 바꾸는 기업
김 대표는 최근 신학기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매년 2월이면 새로 입주를 희망하는 신입생들의 문의가 이어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특히 많다.
올해 ‘만인의꿈’은 호주에 지점을 낼 계획이다. 3월 시드니에 총 4곳을 오픈한다. 호주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해외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비싼 집값이 부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더 이상 집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주거법칙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