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에 항공권 등 제공 금융업자 증인 출석 "자발적으로 사준 것" 유재수 주장에 "아니다" 유재수 동생 채용도…"부탁 없었으면 안했다" 조국 전 장관 등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 기소돼
금융위원회 국장 등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업계 관계자에게 오피스텔과 항공권, 골프채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친분 등에 따라 자발적으로 준 것이라는 유 전 부시장의 주장과 배치된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자사에 채용한 최모(41)씨는 26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 심리로 열린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과는) 금융인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라며 “금융위에 재직 중인 고위공무원이라고 소개를 받았다.처음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오래 그 분야에 종사했고 공무원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오피스텔도 대신 임대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에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이 세종시에서 서울에 올라오면 집이 멀어 서울에 잘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해 얻어줬다”며 “장소(위치)를 물었더니 청담동이 낫다고 해서 부하직원을 통해 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피스텔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열쇠를 건네주기 위해 한 번 같이 갔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 전 부시장의 저서를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이 요청해서 책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그 책이 필요했느냐”고 묻자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요청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최씨가 먼저 친필사인이 된 책을 요구해서 집에 있는 책을 보내주고 추후에 책값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씨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자사에 채용한 것에 대해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이었다”며 “회사에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서 그렇게 채용해도 큰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탁이 없었다면) 유 전 부시장 동생을 채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에게 뇌물 등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당시 고위 공무원이었던 유 전 부시장이 많은 노하우와 경험 등을 들려줬기 때문에 나중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낸 2010년 8월~2018년 11월 직무 관련성이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에게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부시장 혐의에는 2017년 1월 당시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최씨에게 동생의 취업청탁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유 전 부시장 변호인은 지난달 20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과 공여자들 사이의 사적인 친분관계에 의한 수수라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유 전 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지난 2017년 친문(親文)인사들로부터 유 전 부시장 비위 감찰 중단 청탁을 받고 이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전달해 감찰이 무마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