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속 실험실’ 엔지니어링SW
기존 보잉777 모델의 개량형인 777X. 보잉 엔지니어와 응용 수학자들은 777X의 풍동 실험을 개선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험 시간을 25% 줄였다. 보잉 제공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 보잉은 1980년대만 해도 항공기 1대당 풍동 실험을 평균 77번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5번 미만으로 횟수를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이런 혁신의 배경에는 ‘비밀 실험실’이 있다. 이 실험실에는 연구원이나 테스트에 필요한 시제품이 없다. 연구소 건물이나 주소도 없다. 단지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실험 횟수 비용 안 드는 컴퓨터 속 실험실
이 비밀 실험실의 정체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속 실험실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실험을 하는 대신 컴퓨터상에서 손쉽게 성능을 살피고 결함을 찾는 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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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은 물론 가전제품 회사 다이슨과 타이어 회사 굿이어도 이 소프트웨어를 써서 불량률과 개발 기간을 단축한 혁신 제품을 선보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제철소 시설, 발전기 부품 소재 시험도 대체
근화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전문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젠(midas Gen)’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대형 플랜트 부품을 제작하는 대창솔루션은 발전소 터빈 회전체를 감싸는 외부 구조물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늘어난 불량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 회사는 ‘지캐스트(Z-CAST PRO)’라는 주조 해석용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불량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았다. 부품 주조 과정에서 열이 흐르고 멈추는 움직임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대창솔루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불량률은 30% 줄어들고 용접봉 사용량 등 보수 비용을 연간 13억 원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며 “생산성이 18% 향상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시공간 제약 없이 활용 가능해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이다. 구매 비용이 비싸고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을 고용하거나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근화엔지니어링과 대창솔루션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를 통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와 전문가를 지원받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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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