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67)가 지난 14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의 한 폐지처리업체에서 모아온 폐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 News1
2018년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 이후 제주 폐지 가격이 ㎏당 100원대에서 현재 20원까지 떨어진 탓이다. 불과 3년 새 5분의 1 수준, 전국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100㎏을 주워봐야 손에 쥐는 돈은 2000원에 그쳐, 당장의 수입원을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풍으로 다리를 저는 이씨는 새벽녘 일어나 저녁 7시까지 하루에 대여섯번 씩 손수레를 가득 채워 폐지 처리업체로 향한다.
손수레 하나를 가득 채우는데 약 두시간이 걸리니 최소 10시간은 거리를 떠도는 셈이다.
풍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앓게 된 폐암 때문에 꼭 먹어야 할 약이 많지만, 폐지대란 이후 뚝 떨어진 폐지값에 약살 돈도 벌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폐지 대란 전에는 하루에 두 번만 손수레를 채워도 하루 버는 돈이 1만원 남짓은 돼 생활이 가능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100㎏을 가져와도 2000원을 버니 약도 못 사먹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폐지가격이 떨어지며 업체들이 수거를 꺼리자 거리에 폐지는 넘쳐나지만 정작 돈이 되는 신문류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일반 상자보다 무게가 나가는 폐지들은 업자들이 전부 가져가버리고 남는 건 박스뿐“이라며 ”폐지가 거리에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고 울상 지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 하는 이씨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일손을 아예 놓은 상태다.
폐지가격 급락으로 업체들이 수거를 중단하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폐지 컨테이너가 가득 차 있다. © News1
제주시 연동의 한 마트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해 둔 폐지 보관소를 최근 없앴다.
마트 관계자는 ”폐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지를 주우러 오는 분들이 3주 전부터 발길을 끊었다“며 ”최근에는 보관소도 없애고 물건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박스들을 전부 다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부분의 폐지 수거를 민간 업체에 맡겨왔던 제주시는 폐지가격 하락으로 업체들이 수거를 중단하자 직접 폐지 처리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제주시와 계약을 맺은 한 위탁업체로 관내 물량이 모이고 있으나, 판로가 막히며 뾰족한 처리 방법이 없어 3000톤가량의 폐지가 쌓여가고 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