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징역 17년으로 법정구속 ‘이팔성-김소남 뇌물’ 일부 무죄. 삼성관련 27억은 새롭게 인정 재판부 “책임 저버리고 반성안해”… MB, 재수감 결정순간 이 악물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항소심 선고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9일 오후 서울고법 303호 법정. 이 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선고에 앞서 양형 이유를 읽어 내려가자 이명박 전 대통령(79)의 얼굴은 점점 붉게 상기됐다. 정 부장판사가 1심보다 2년이 더 늘어난 징역 17년을 선고한 뒤 보석을 취소하겠다고 알리자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주저앉았다. 피고인석 책상을 한동안 응시하며 이를 악물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5분 넘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을 찾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재오 전 국회의원 등과 악수하면서 “고생했어, 갈게”라고 짧게 말한 뒤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김 전 지사는 법정 앞에서 “이야 지독하네”라며 판결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을 받는 도중에 뇌물죄와 관련된 공소사실이 추가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비가 기존의 67억7000만 원 외에 51억6000만 원이 더 있다며 이를 공소사실에 추가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을 1심 때보다 27억2000만 원이 더 많은 89억 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국회의원한테서 받은 뇌물 중 일부인 19억여 원은 1심과 달리 무죄로 봤지만 전체 뇌물액이 94억 원에 달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1심 때의 5개월보다 긴 15개월이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는 증인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2심에선 전략을 바꿔 20여 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이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17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하지만 증인들이 오히려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서 1심 때의 혐의 대부분이 2심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이 전 회장은 법정에서 “(돈을 건네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아니겠느냐”며 금융기관장을 하고 싶다고 이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늘 재판 결과는 유감스럽다. 재판부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며 “상고 여부는 이 전 대통령과 의논한 뒤 결정하겠지만 변호인으로서는 당연히 상고를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재판이 끝난 뒤 “대통령이 최대 기업으로부터 은밀히 뇌물을 수수하는 등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드러난 재판”이라며 “검찰은 법과 상식에 부합되는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지 yeji@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