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고공비행 ‘숨은 공신’, 전력분석관 출신 김재헌 수석코치
18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김재헌 우리카드 수석코치가 팀의 경기 장면을 보며 전력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분석보다 더 중요한 건 작전 수행 능력이다. 분석은 분명 득이 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보시는 것처럼 리시브가 세터의 앞쪽으로 쏠린 상황을 주목해 보세요. 이 세터의 패턴이 드러나는 대목이죠. 여기서 공이 예상과 반대로 가니까 원 블로킹 상황이 되는 거예요.”
신이라도 난 것처럼 표정이 환해졌다. 18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배구 우리카드 김재헌 수석코치(42)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분석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석코치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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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후 시작되는 본격 업무
상무 시절의 김재헌 코치. KOVO 제공
이탈리아 프로그램 ‘데이터 발리’를 쓰되 매뉴얼대로만 사용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낸다. 야구, 축구 등 다른 종목도 참고한다. 그 결과가 우리카드의 ‘기여점수’다. 김 코치는 “공격수가 20∼30득점을 했다고 거기에 속아선 안 된다. 블로킹에 몇 개 걸렸는지, 서브 범실이나 네트 터치는 몇 개를 했는지 다 따져서 새로 기여점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하고도 기여점수는 마이너스가 나오는 일도 있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가 가장 범실(588개)이 적은 팀으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현미경 분석이 큰 역할을 했다. 상대 세터 파악도 기본이다. 세터 머리 위, 한 발 앞, 한 손 토스 등 최대 16가지로 상황을 나눠 세트 분포를 파악한다.
○ 분석관실 두문불출, 미친듯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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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코치에게 ‘완벽주의자’라는 핀잔을 주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더 넓게 코트를 보길 바라는 뜻에서 지난해 6월 그에게 수석코치 자리를 맡겼다. 김 코치는 15년 만에 선수 뒤(전력분석관석)가 아닌 옆(팀 벤치)에서 경기를 본다. 김 코치는 “아직도 수석코치 자리가 어색하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인터뷰, 작전타임마다 감독님의 입 모양을 눈여겨보게 된다. 가까이서 보니까 새롭다. 그래서 더 재밌다”고 말했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