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어디 다녔나?’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시민들은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들이 어디에 다녔는지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확진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길게는 보름 이상의 행적이 공개되고 언론에도 자세히 소개된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지역이나 지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나 휴대전화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추가 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해 시급한 일이지만 확진자로서는 갑자기 프라이버시가 속속들이 공개되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감염병은 치료받으면 낫지만 사생활 정보가 공개돼 입은 피해는 되돌리지 못할 수도 있다. ‘감염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하면 나의 동선도 저렇게 낱낱이 공개되겠다’는 공포감을 가질 만하다.
▷앞으로는 개인정보를 담은 생체칩을 인체에 이식해 신분증 신용카드 전자키 등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체칩 이식을 거부하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등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변종 감염병의 습격이 빈번해지면 방역을 위한 ‘디지털 흔적’ 파악을 위해 생체칩이 필요하다는 소리까지 나오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바이러스로 인해 정보사회의 이기(利器)들이 감시에 사용돼 사생활을 까발리는 ‘빅브러더’로 변모하는 상황이 자주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