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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검찰 관계자 “공소장, 기소와 동시 공개가 당연한 원칙”

입력 | 2020-02-08 03:00:00

“비공개 원하면 판사에 소명해야”
법무부 7일 4차례 입장 내놔
비공개 비판여론에 모호한 설명… 공개할 뜻 내비치다 번복하기도
법조계 “내부서도 입장 불명확한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에 관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이례적으로 국회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7일 오후에만 공소장 비공개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바꿔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마치 공소장을 공개할 것처럼 했다가 말을 다시 주워 담는 원칙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공소장 비공개 입장 수차례 바꾼 법무부

법무부는 7일 오후 4시 12분 A4용지 5장 분량의 ‘공소장 자료 제출에 관한 법무부 입장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 법무부가 기소와 동시에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법무부는 “기소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와 관련해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법무부가 아닌)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또 “미국 연방 법무부의 공소장 전문 공개 사례들 중 일부 사례는 대심재판에 의해 기소가 결정된 이후 법원에 의해 공소장 봉인이 해제된 사건이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유무죄 답변을 한 사건 등”이라며 기소 당시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공소장을 게시한다”는 추 장관의 전날 주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법무부의 입장이 뭐냐”라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27분 후 “‘앞으로 공판 첫 기일에는 언론과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이 빠졌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첫 재판 이후에는 공소장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법무부는 다시 14분 뒤에 “저 추가 문구 의미는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는 절차 거쳐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다시 9분 후엔 “국회 요구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 제출되고 그 외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법무부가 이처럼 수차례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법무부 내에서도 공소장 비공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내부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뒤 여론의 비판을 받자 한때 공개를 검토했다 다시 비공개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 “미국에서 공소장은 기소와 동시 공개가 원칙”

법무부는 미국 검사 매뉴얼을 제시하면서도 “물론 연방 법무부의 보도자료상으로 보도 경위가 확인되지 않는 사건도 있다”며 물러설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 법무부가 공소장을 공개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미국 법무부 연방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 검찰 관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미국의 공소장 공개 원칙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당연히 기소와 동시에 공개가 원칙”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히려 비공개를 원하면 검사가 판사에게 소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공개가 원칙이고 특별한 경우에 검사가 요청을 하고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비공개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섣부른 공소장 비공개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미국 사례를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을 추 장관이 왜곡하고 있다는 혹평까지 제기된다.


○ 공세 수위 높이는 야권

송 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 전문(全文)이 공개된 것에 대해 추 장관과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가 대응할 일이다. 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공소장 공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기로 했다. 이슈 자체가 당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검찰이) 총선 후 이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는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잠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지만 오히려 사건만 더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추 장관은 아군인 진보진영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썼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호재·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