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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형오 “국민공천배심원단 없애달라”

입력 | 2020-02-05 03:00:00

배심원 통한 공천개입 차단 나서… 황교안의 공관위 견제에 맞대응
전권 쥐고 물갈이 의지 재확인… 일부 최고위원 “당헌대로” 반발




한국당, 여성 법조인 7명 영입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에서 9번째 영입인사인 전주혜 변호사(왼쪽에서 네 번째) 등 7명의 여성 법조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전 변호사는 미투 사건에서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언급 판결을 처음으로 이끌어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최고위원회에 국민공천배심원단 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에 대한 견제 가능성을 밝히며 언급한 배심원단의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컷오프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공천 전권을 쥐고 강력한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3일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 공관위원인 박완수 사무총장을 통해 황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배심원단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2016년 9월 제정한 한국당 당헌당규는 총선 전 일반 국민 35명과 전문가 및 당원 대표성을 가진 15명 등 총 5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통해 공관위가 고른 후보자의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단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관위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박 사무총장을 통해 “공천 전권을 부여받은 공관위 위에 따로 배심원단을 두는 건 ‘옥상옥’”이라며 “일부 의원이 배심원으로 자기 사람을 심거나 회유해 공천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최고위가 끝난 후 최고위원들을 따로 불러 직접 설득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최고위에서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배심원단 제도를 “민주주의와 국민을 가장한 암수”, 일부 최고위원의 반대를 “혁신을 가로막는 구악의 저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황 대표가 임명하는 배심원단은 구성 단계에서부터 공천 심사 대상인 최고위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공관위 관계자는 “일반인인 배심원단은 혁신 공천 반대 세력에 포섭된 몇몇 강성분자의 목소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4일 황 대표가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잇달아 식사를 하며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눈 데에도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50% 이상 물갈이’를 강조한 TK 의원들을 황 대표가 따로 만나 챙기는 모습이 자칫 혁신 의지를 퇴색시키는 방향으로 공천에 관여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 황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한 데 이어 경북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한 TK 의원은 “‘TK가 한국당의 식민지인가’ ‘현역을 대거 컷오프하면 공천 이후 당 통합이 가능하겠냐’ 등의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배심원단이 공천 파동을 겪은 20대 총선 직후 공관위원장의 전횡을 막자는 차원에서 신설됐지만 강력한 혁신이 필요한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지 않다. 한국당이 ‘통합신당’ 등으로 거론되는 새 당명으로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이때 배심원단 관련 당헌당규도 바꾸자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통합에 대비해 최고위원(10명 이내), 공관위원(9명 이내)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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